흉부엑스레이

by 짧아진 텔로미어

흉부 엑스레이


이토록 적나라하게

여준 적이 없다.


그저 선과 그림자로 보이는 뼈와 살뿐인데

희미한 백색 음영,

혈관 속을 흘러 다니는 밀,

숨결마저 투명하게 드러버렸다.


여기 이 자국, 예전에 앓았던 흔적이네요.

오래된 상처예요. 기침은 상관없어요


이름조차 잊힌 병이

래전 남긴 자리라고 나는 말하지만,

사람이란 지나간 흔적을

오늘 다시, 기침으로 불러내는 종(種).


진료실 한쪽에 기대어

필름 사이로 내 얼굴을 비춰 본다.

내 마음에도

오래전 흔적이 희미하게 찍혀 있다.


상처는 흔적을 남기고

숨길수록 그 자국은 더 깊어진다는 것,

아문 줄 알았던 상처

지금 숨 막히게 아프다는 것을


타인의 몸을 들여다보며

나는 나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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