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테두리를 돌 때마다
기억은 공전축을 따라 기울어 무뎌진다.
모서리가 깎인 기억은 둥그레지고
돌담의 이끼처럼,
노송이 엮던 송홧가루처럼,
발밑에는 떨어진 시간이 수북해졌다.
장독 위
지문처럼 발자국을 찍던
새 한 마리의 알리바이를 연례처럼 지우고
둥그레진 기억을 누름돌로 얹어
장독대에 올려놓았다.
달이 누룩으로 저녁을 빚어낼 때면
눅진하게 곰삭은 기억에 하얀 곰팡이가 피었다.
그러니 너와 나도 곰삭을 시간이 있겠지
기억은 매년 다른 향을 갈아입었다.
짙기도, 희미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한 향을 입었다.
바람이 지나가면
장독은 웅웅 거리며 울었다.
한 해를 채운 장독대가 촘촘해지자
세월을 한 겹 더 입은 노송과 돌담의 이끼가
손님맞이에 부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