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랑콜레오스 vs 쏘렌토

부품 단가 경쟁력 비교

by The buyer

바닥을 기던 르노코리아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랑콜레오스’는 작년 12월 기준 6,122대가 판매되며 국내 자동차 판매 순위 9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출시 전부터 중국차냐, 볼보차냐는 정체성 논란부터 시작해 특정 광고로 인한 남혐 논란까지 여러 잡음이 있었지만, 시장에서의 선전은 기대 이상이다.

그랑콜레오스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는 검색만 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보다 특별한 관점, 즉 부품 가격 측면에서의 경쟁력을 중심으로 차량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국내 판매 1위 차량인 쏘렌토와 비교하여 살펴보면 그랑콜레오스의 위치를 보다 선명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두 차량의 모든 부품 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며, 안다 해도 그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글의 목적은 구체적인 가격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부품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를 바탕으로 어떤 차량이 상대적으로 더 경쟁력을 갖추었는지를 이해해 보는 데 있다.


그랑콜레오스는 사실상 중국 Geely 자동차의 Xingyue (星越) 모델과 동일한 차량이다. 일부 부품과 OTT 서비스가 국내 환경에 맞게 새롭게 소싱되었을 뿐, 기본 구조는 같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차량의 개발 방향이 중국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맞춰졌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대부분의 부품 협력사가 중국에 위치해 있다. 자연스럽게 단가 경쟁력도 국내보다 뛰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사출품이나 스틸류와 같이 금형비와 인건비가 큰 영향을 미치는 부품들은 중국 업체들이 압도적인 가격 우위를 가진다.

*OTT 서비스란?
OTT는 Over The Top의 약자로,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에는 TV나 케이블을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었던 콘텐츠를 이제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인터넷이 연결된 기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대표적인 OTT 서비스로는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Disney+), 웨이브(Wavve), 티빙(TVING), 유튜브(YouTube) 등이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동하여, 차량에서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화면 캡처 2025-04-16 142833.png
화면 캡처 2025-04-16 143219.png
좌) Geely Xingyue (星越). 우) 르노코리아 그랑콜레오스

이 지점만 보면, 품질 논쟁은 잠시 제쳐두더라도 그랑콜레오스가 쏘렌토에 비해 단가 경쟁력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랑콜레오스는 Geely의 Xingyue (星越) 모델을 기반으로 부품 소싱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르노코리아는 필연적으로 Geely로부터 부품을 구매해야 한다. 이때 Geely는 단순히 자사 구매가로 부품을 제공하지 않는다. 수출 포장비, 물류비 외에도 Geely가 부품 가격에 부과하는 Charge 비용이 추가되는데, 이 요소가 실제 부품가에 큰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상당히 불투명한 영역이기도 하다.

Geely는 르노코리아에 부품 가격의 상세 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결과적으로 르노코리아는 Geely가 제시한 가격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물론 타 모델의 유사 부품과 비해 가격 인하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쏘렌토처럼 직접 소싱 구조가 아니기에 단가의 적절성을 판단하기가 어렵고, 향후 협상의 기준도 불명확해진다. 결국 부품 가격은 Geely의 Charge 비용에 따라 크게 변동될 수 있으며, 이는 단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Charge 비용은 과연 얼마가 부과될까?
정확한 수치를 언급하기에는 관련 정보가 부족하지만, 일반적인 업계 관행을 기준으로 보면 부품 가격에 약 10~20% 수준의 비용이 추가되는 것으로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부과 비율이 양산 부품가와 AS 부품가 간의 차액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품 단가에 별도로 덧붙여지는 일종의 마진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고려해야 할 요소는 차량 생산 대수이다. 부품 소싱은 보통 플랫폼 단위로 진행되기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현대기아차의 생산 규모는 Geely와 르노코리아를 합한 수치를 훨씬 상회한다. 이른바 볼륨 임팩트(Volume Impact) 측면에서 보면, 쏘렌토는 압도적인 생산량을 기반으로 부품 단가 협상에서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필자의 판단으로는 쏘렌토가 그랑콜레오스보다 우수한 부품 단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는 실제로 AS센터에서 수리를 받을 때 더욱 명확하게 체감될 것이다. 안정성과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운전자라면 쏘렌토를, 새로운 주행 경험을 원하거나 기존 틀에서 벗어난 선택을 하고 싶다면 그랑콜레오스를 고려해 볼 만하다.



인생은 파도가 치는 바닷가와 같다. 바닷가에는 끊임없이 크고 작은 파도가 친다. 바닷가에서 파도가 치지 않길 바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인생에서도 어렵고 힘든 일들이 닥치지 않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일들이 없어야 되는 것도, 항상 좋은 일만 있어야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환경이든 극복하고 이기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작가의 『잡초들의 전략』에는 이와 관련된 인상적인 구절이 등장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마음가짐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질경이는 사람에게 밟히기 쉬운 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질경이의 입장에서 밟힌다는 것은 견뎌야 할 일도, 극복해야 할 일도 아니다. 아마 길에 자란 질경이들은 모두 밟히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잡초의 기본 전략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곤란과 역경을 이용하여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바꾸는 것이다.
-잡초들의 전략 中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두 번의 진급누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