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흐름
"샤넬 루쥬 코코 플래시 90 쥬르 있나요?"
아내가 보내온 상품명을 읊고 나서 다른 제품도 소개해 주려는 매장 직원의 권유를 외면한 채 얼른 구매한 후 탑승 준비를 하러 나왔다. 아내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며 요청을 충실히 이행하였음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근 중국 기업들과 비즈니스 거래가 커져감에 따라 제품 소싱 검토를 위해 쑤저우(Suzhou)와 항저우(Hangzhou)를 방문하였다. 유관부서 직원들과 함께 가려 하였으나, 다른 출장으로 시간이 맞지 않는 바람에 홀로 가게 되었다.
푸동 공항에 도착한 후 픽업을 나온 업체 담당자와 만나 공장으로 향하였다. 워낙 넓은 나라다 보니 혼자 찾아가려면 꽤나 고생했을 텐데 이렇게 나와주니 업체와 바이어 간의 관계를 떠나 안도도 되고 고맙기도 하였다.
비즈니스 차 상해를 방문한다면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푸동 공항보다는 접근성이 좋은 홍차오 공항을 이용하길 추천한다.
한국 자동차 회사와 거래를 트고 싶어 하는 협력사는 임원진들이 대거 미팅에 참여하여 단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품질, 그리고 업무 대응까지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사전에 조사를 하였지만 설명을 듣고 현장을 방문해 보니 더 이상 중국 제품이라고 홀대할 수 없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생산 라인까지 다 살펴본 후, 저녁 식사를 하러 이동하였다. 종교상의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기에 미안하다고 하니 관계 (关系, guānxi)를 중시하는 중국 문화답게 다들 차를 시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식사를 하였다. 마음 같아서는 밤길도 걸어보고 싶었지만 몸살기운이 느껴져 양해를 구하고 숙소로 향하였다.
쑤저우(Suzhou)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팬 퍼시픽 쑤저우 (Pan Pacific Suzhou) 호텔을 추천한다. 리조트에 가까운 호텔인데, 그 웅장함에 한번 놀라고 이어서 둘러보는 쏠쏠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시설이 조금 낡았고, 방 문 아래가 뚫려 있어서 프라이버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은 안고 있다.
피곤함 몸을 달래고 업무를 마무리한 후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요즘은 화상미팅이 발달하여 직접 만나지 않아도 웬만한 일들은 다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얼굴을 맞대고 미팅을 가지는 이유는 화면으로는 느낄 수 없는 상대방의 생각과 분위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얻고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회의를 진행하면 상대방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방어 자세를 취한다. 이 경우엔 비즈니스 예절 따위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사를 통해 배운 겉치레 보다도 마음을 열고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즈니스 회의 자리에서는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의외로 이렇게 회의를 하면 Win-Win의 결과를 얻을 때가 많다. 마음의 흐름이 일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마음도 같다. 나를 높이고 있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의 마음이 흘러 들어올 수 없다. 이는 고립을 야기한다. 형편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형편이 나빠지면 삶을 지속하기 힘들 만큼 어려움이 닥쳐온다.
내가 보기에 아무리 옳아 보여도 그 옳음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듯이 마음도 흐른다면 맑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