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교류
"팀장님, 인생에서 꼭 알아야 될 게 있는데 들어 보시겠어요?"
협력사에 출장을 가는 길에 한 마디를 드렸다. 무슨 말을 하려는가 궁금해하는 팀장의 얼굴을 보며 차분히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내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말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업무를 벗어나 가까워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회사에서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좋다.
마음이 통하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마치 허울 없는 친구와 같은 사이가 되기 때문이다. 회사 선배와 후배 간에도 이러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마음이 흐르기 위해선 나를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좋은 것, 내가 잘하는 것만 말하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것들, 숨기고 싶은 것들도 보여주는 것이다. 자존심이 깎이는 것 같지만 그만큼 상대방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이런 자세가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한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다. 직원들과 교류가 잘 되면 만족도도 높아진다. 어려운 일도 별 거 아닌 듯이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교류가 잘 안 되는 것이다. 내 자존심을 굳건히 지키며 관계를 가지려 하기에, 나에게 상처가 될 것 같은 일들은 피하게 된다. 또 내 기준에 비추어 형편없는 사람들과는 말도 섞으려 하지 않는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마음도 같다. 내 마음의 위치를 낮은 곳으로 옮겨놓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이 자연스레 내게로 흘러온다. 마음의 흐름이 몸과 정신의 긴장을 풀어주고 여유도 만들어 준다.
현장을 방문하면 사무실에서는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문제의 근본에도 다가갈 수 있다. 단순히 숫자로만 보던 제품의 단가 구조도 더욱 선명히 이해된다. 제조 사이클 타임이나 작업자 수, 투입 재료 중량과 같은 것들 뿐 아니라 담당자의 태도, 현장 분위기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디자인 팀에서는 왜 제품의 *R값을 1로 맞추지 못하냐고 한다. 현장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공정상 1R이 나올 수 없는 제품이 있다. 디자인 팀은 잘 몰라서 그럴 수 있다 쳐도 바이어나 개발자는 그래선 안된다. 협력사의 피드백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어야 하고, 타당한 사유인지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R(Radius): 곡률 반지름
곡선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끝나는 지점까지의 반지름. 사출품 디자인에서 R값이 1이라는 것은 모서리나 곡선 부분의 곡률 반지름이 1mm라는 뜻이다. 날카롭고 각진 느낌이다.
제조 공정을 확인하기 위한 방문이었지만, 그 밖에 여러 가지를 추가로 체크할 수 있었다. 공장 가동률을 보며 이 회사가 어느 만큼 경영이 잘되고 있는지 판단할 수도 있었다. 근래 들어 운전하는 시간이 길어져 부쩍 피곤하였지만, 교류하고 소통하며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 되어 감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