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업무

대응

by The buyer

바이어 (Buyer) 역할의 핵심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는 것이다. 좋은 품질, 그리고 가장 저렴한 가격의 정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 목표는 동일하다. 동일한 사양의 제품을 지금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면 제품 변경을 해야 한다.


에어클리너 필터 (Air cleaner filter)와 에어컨 필터 (Cabin filter)는 소모량이 많은 A/S 부품 중 하나이다. 차가 오래될수록 수요가 늘어나기에, 협력사뿐만 아니라 이를 각 센터를 통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완성차 회사도 해가 거듭될수록 많은 수익을 낸다. 이 제품의 단가 경쟁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현 협력사보다 훨씬 저렴한 단가로 구매할 수 있는 신규 업체를 발견하였다. 실사를 통해 그들의 규모와 제품의 성능을 세세히 체크하였고, 새로운 계약을 맺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후 제품 변경 적용을 위해 빠르게 일을 진행시켰고,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일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생겼다. 설계부서에서 검토할 여력이 없는 관계로 중단하자는 것이었다. 일이 성사될 시기에 와서 나온 이야기이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일들을 종종 만난다.

"우리 부서는 그거 담당 안 해요" "권한이 없어요"

프로세스와 규정이라는 변명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한다. 본인에게 득이 되기보다는 일만 늘어나기에 하지 않으려 한다. 전통적인 조직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버려 애자일 (Agile) 조직을 도입하였다. 부서 중심이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로 다기능 인력이 모여 목표 중심의 팀을 구성하고, 실적을 평가받는 구조다. 목표 중심의 운영이기에 명확한 성과 목표를 공유하고, 작은 규모의 팀원들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린다. 책임감이 크고, 팀원들이 한 가지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역량을 발휘하도록 구성된다. 아울러 성과 또한 팀 중심으로 많이 부여된다. 잉여 인력들을 제하고, 빠른 시간 안에 큰 성과를 내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적인 부서별 조직 대비 장점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가 해체된 후 인력을 재배치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모든 산업에 적합한 것도 아니다. 그러함에도 이러한 조직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는, AI 기술의 발달로 여러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코딩도 할 줄 알며, 마케팅 업무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능력을 발휘한다.


변화는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대응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두려워서 숨을 수도 있고, 귀찮아서 안주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려움에 정면으로 부딪혀 가며 힘들지만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나는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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