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시간 활용하기
근무하고 있는 연구소에는 식당이 있어서 점심을 뭘로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면 사무실이 소등되고 직원들은 우르르 식당으로 몰려간다. 10분이면 밥을 다 먹고 나온다. 그러면 점심시간 한 시간 중 50분이 남게 된다. 이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먼저 산책을 할 수 있다. 연구소 주위를 돌면 30~40분 정도 걸린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잘 다니지 못하지만 요새같이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는 산책하기가 딱이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렇게 산책을 하면 참 좋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다 보면 사무실에서는 이야기하지 않던 일상적인 것들을 말하고 듣게 된다. 이 시간이 직원들 간에 유대감도 형성시켜주고 마음의 거리도 가깝게 만들어준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시간이다. 이렇게 돌고 땀이 나면 샤워실에 들러 씻고 사무실에 들어간다. 그러면 오후 일과에 기운이 샘솟는다.
또 커피를 마시며 직원들과 수다를 떨 수도 있다. 쾌적한 회의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휴대폰도 만지작 거리면 시간이 금세 간다. 특히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는 회의실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운 좋게 자리를 잡으면 편히 쉬다 갈 수 있다. 서로의 업무 이야기도 하고, 그 속에서 여러 유용한 정보도 얻는다.
예전에는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갔었다. 짧게 20분 정도 운동을 하고 씻고 밥을 먹었다. 집에 아이들이 있다 보니 퇴근 후 헬스장을 가기가 어려웠다. 오랫동안 운동을 할 수는 없지만 공짜로 점심시간을 활용해 운동하는 것은 좋은 기회이다. 20분 정도면 근력 운동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아주 좋은 몸을 만들기는 어려워도 건강을 지키기엔 안성맞춤이다. 요새는 퇴근 후 20분으로 운동 시간을 조정하였다. 점심시간에 더 하고 싶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3대 투자자로 불리는 짐 로저스의 인터뷰 기사에 청년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실린 적이 있다. 원어민처럼 외국어를 말할 수 있도록 공부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외국에서 살아야만 원어민처럼 발음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나는 이미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떤 클래스 (클래스 명 : SUA BANANA)를 통해 어른이 되어서도 원어민같이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외국에서 살며 모국어로 익히는 게 가장 좋지만, 이 방법을 통해서도 충분히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발음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공부의 핵심은 세 가지이다. 대충, 지금, 말로 공부할 것.
마음먹고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쳐놓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하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졸릴 때 잠을 깨기 위해 10분, 그리고 점심시간 1 시간을 활용한다. 이 방법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3개월 정도 공부를 한 후 *OPI (Oral Proficiency Interview) 시험을 보았다. 아쉽게도 시험 결과는 내 예상과는 달랐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다.
잘 알려진 OPIC (Oral Proficiency Interview Computer) 시험과 달리 응시료가 154,000원이며 평일 오전에만 시험을 볼 수 있다. 미국에 거주 중인 현지인과 전화 인터뷰 날짜를 메일을 통해 잡고 약 30분간 시험을 본다. AL 이상의 성적을 받을 수 있으며 한국에서는 쏭즈캠퍼스 별관에서만 시험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남미 학생에게서 스페인어 개인과외를 받은 적이 있다. 결혼 하기 직전이어서 두 달 정도밖에 공부하지 못했지만 그때 배운 것이 아까워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점에 좋은 책이 있어 구매한 후, 휴대폰으로 각 페이지를 찍어 점심시간에 밖에서 스크립트를 여러 번 말해보고 들어 본다. 점점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지고 DELE 시험도 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사실 나는 점심시간에 책을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책을 절대 좋아하지 않았는데 한 번, 두 번 대하다 보니 어느새 그 속으로 빠져들어 가게 되었다. 활자를 읽는 것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더불어 지식과 감성적으로도 얻는 것이 많다. 왠지 회사에서는 시간을 더 잘 쓰고 싶어 책을 보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주에는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있다. 마을 도서관에 책이 나와 한 권 빌렸다. 전천당처럼 판타지가 섞인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우리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등장인물마다 어려운 문제들을 안고 있는데, 독고 (소설 속 주인공)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진다. 그때 마음 한편이 뭉클해진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보여주는 책인 것 같다. 얼른 다 보고 2편도 보고 싶다.
예전에 저는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조금 더 빨리 이런 시간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소중히 써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ps. 가끔 점심 때 회사 어린이집에서 이벤트를 합니다. 어제는 달고나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만들어주어서 더 맛있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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