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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Sep 28. 2022

퇴근시간

나를 해하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째깍, 째깍' 5시.

회사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5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루의 피곤함을 달래고 저마다 취미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다. 누군가에겐 보고 싶은 가족을 만나는 시간이고, 개인의 역량 향상을 위해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심리적 퇴근 시간 12시

처음 입사했을 때 3개월 간은 수습사원으로 오후 5~6시 사이에 퇴근을 하였다. 그때는 퇴근을 하면 동기들이나 같이 일하는 선배들과 술을 마시러 갔다. 3개월의 수습 기간이 끝난 후에는 퇴근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팀에 소속되어 있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첫 해 나의 평균 퇴근 시간은 9시였다. 그때부터 힘든 회사 생활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퇴근할 때 사무실에 남아 있는 분들이 많지 않았다. 동기들은 대부분 그전에 퇴근을 하였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일이 많았던 건 아니다. 충분히 5시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양이었다. 문제는 내 마음 상태였다.


당시에 극도의 불안함을 겪고 있었다.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심한 우울감에 잡혀 있었다. 그렇기에 어떤 교육을 받아도 기억에 남지 않았고, 새로 배우는 일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점점 더 고문관이 되어 갔다. (군대에서 어수룩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를 때 고문관이라 합니다.) 전혀 이해되지 않는 일들을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어 보려고 9시에 퇴근을 한 후에 기숙사에 들어와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였다. 정확히 말하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노트북을 그냥 켜놓는 것이었다. 밤 12시에 팀원들에게 메일을 정리해서 보내기도 하였다. 내심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나를 인정해 주길 바랐다. 그러나 반대로 더 이상하게 쳐다보고 꺼려했다.


불안과 우울

심각한 불안과 우울 증세를 겪던 나는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이 느껴지고, 가정일 뿐인 생각을 혼자서 사실로 받아들였다. 이를테면 '저분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로 생각이 시작되었다가 '저분은 나를 싫어해'로 결정을 내버리는 것이다.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괴로워하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명절 때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면 그런 거 훌훌 털어버리라고 위로해주며 같이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실 때는 괜찮아지는 것 같은데 깰 때는 그전보다 더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회사 동기들과 술을 마실 때도 똑같았다. 많은 자괴감이 나를 둘러쌌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면 사회 초년생들은 다 그렇다고 말씀하시면서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하셨다. 모두 격려와 위로의 말을 해주었지만 어느 것도 나에게 힘이 되지 않았다.


터닝포인트

평생 고문관이 되어 사회생활을 못할 것만 같았던 나에게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삶의 터닝포인트이자 동시에 퇴근시간의 터닝포인트이다. 가장 힘들었을 때 지금의 멘토를 만나게 되었고, 나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생각은 참 무섭다. 한번 빠지면 그곳에서 절대 나올 수가 없다. 당시에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를 해하는 나의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때 마음의 세계를 잘 아는 멘토는 그곳에서 이끌어 내어 주었다. 내 생각에서 벗어나니 불안하던 마음이 평안해지기 시작했고 일들을 차분하게 하나씩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무실을 나와도 심리적으로 퇴근을 하지 못했던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부터 퇴근시간이 안정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물론 업무량에 따라 퇴근이 늦어질 때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 정시에 퇴근을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 외에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다. 나의 퇴근시간과 심리적 불안함, 그리고 업무 능률을 비교해 본다면 아래 그래프처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초기에 퇴근 후에도 집에서 일한 것을 감안하면 퇴근시간을 자정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물리적인 퇴근 시간이 빨라져서도 좋지만 그보다도 정신적으로 퇴근하는 시간이 빨라진 것이 내게 참 큰 행복이고 감사이다. 


나의 이야기

주위에 나와 같은 일은 겪지 않지만 똑같이 어두움 속에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겉으로는 행복해 보여도 슬픔과 고통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한 곳, 한 곳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한 번은 국방부에 초대받아 전역을 앞둔 병장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마음을 행복으로 채우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다. 참 부족한 나인데 강연이 끝나고 몇몇 장병들이 찾아와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들에게 공감이 되고 힘이 되어 감사하였다.

국방부 장병들이 든든합니다 :)

그리고 얼마 전에는 국제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였다. 학생들이기에 꿈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이 안고 산다. 학생들이 더 밝고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그리고 꿈을 향해 도전해 갈 수 있도록 마음의 세계를 이야기해 주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평범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로 못난 사람의 이야기인데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것이 감사하다. 괴롭고 힘들었지만 그런 시간을 겪었기 때문에 나와 같이 어려움을 마음에 안고 사는 사람들을 그곳에서 벗어나도록 안내해 줄 수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그리고 나를 붙들어주고 앞으로 달려 나가도록 힘을 주는 멘토와 가족, 주위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불안하면 어떤 일을 해도 잘할 수가 없습니다. 약을 먹고 정신을 진정시킬 수도 있겠지만 불안하고 어렵게 만드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생각이 나를 위하기보다는 해롭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에게서 올라온다고 모두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이 생각이 정말 나를 위하는 것인지 판단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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