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ungwon LEE Sep 16. 2022

조사 (弔事) 지원

마음의 힘

회사의 경조사 지원

회사에는 임직원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하여 경조사 (慶弔事)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경사 (慶事)는 말 그대로 축하할 일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축의금을 건넨다. 가까운 사이라면 개별로 주고 그렇지 않다면 본부 차원에서 직급별로 금액을 정하여 모은다. 이건 본부에서 서로를 위하여 정해놓은 규칙이자 관습이다. 같은 부서에 있어도 대화를 잘 못하고 지나가는 직원들이 많기에 이러한 규칙은 좋게 여겨진다. 회사 차원에서는 직원들이 타고 갈 버스와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승용차를 제공해 준다. 물론 개인에게 지급되는 경조금도 있다. 이는 조사 (弔事)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회사 차원의 부조금과 더불어 승용차와 버스가 똑같이 제공된다. 그리고 조사 용품 (그릇, 수저 등) 및 근조기가 제공된다.


경조사는 관심을 기울이고 챙겨야 되는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내게는 조사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경사는 저마다 맞이하는 형태가 다르지만 조사는 모두가 똑같은 모습으로 맞이한다. 병원에 있어도, 집에 있어도 눈을 감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차장님의 부친상 (父親喪)

얼마 전 같은 팀의 차장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작년 여름에 차장님은 가족과 함께 여행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아버지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병원에 입원하신 후 점점 병세가 악화되었다. 가끔 커피를 같이 마시면서 아버지의 병세에 대해 병원에서 점점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음을 들을 수 있었다.


환자와 그 가족은 병원에서 하는 말을 크게 듣는다. 의사가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하면 마음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 간다. 차장님의 말에서 슬픔과 체념, 그리고 포기가 느껴졌다. 나는 마음의 힘이 몸의 병을 이긴 이야기들을 많이 알고 있기에 차장님께 말해 주고 싶었다.

"차장님,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응, 뭔데?"

"어떤 상황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침에 팀장님이 옆에서 이야기하시는 걸 조금 들었습니다. 마음에서 병을 이기면 몸의 병도 따라서 낫는다고 합니다. 병간호 잘하시고 조심히 갔다 오세요"

"응, 고마워. 목요일 출근할 때 보자"


차장님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기에 부담스러웠다. 서로의 사적인 부분에 깊게 넘어가지 않는 적정한 선이 필요하지만 그때는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더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도움이 될 것 같아 영상 하나를 보내 드립니다. 동일한 상황은 아니지만 시간 되실 때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영상에는 대체의학으로 암을 치료하는 인터뷰가 담겨 있었다. 암이 걸렸다는 것은 무언가 정상적이지 않은 생활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암을 제거한다 하더라도 그 몸은 암을 만들어 내는 구조로 되어 있기에 재발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더욱 치료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마음에서부터 나는 이 병을 거뜬히 치료할 수 있고, 이미 다 나았다고 믿게 만든다. 이는 아바타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다정함의 과학 ; 건강과 행복을 결정하는 것

다정함의 과학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미국 신경정신과 전문위원회의 전문의이자 미국의학대학협회 이사, 정신신체의학 전문가로 활동 중인 켈리 하딩 박사가 지은 글로 의학의 발전과 값비싼 치료도 환자를 낫게 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면서 무엇이 사람을 건강하게 살게 하는지를 연구한 글을 담고 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일흔 살의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여성과 쉰 살의 어떤 질병도 발견되지 않은 여성 두 명의 상반된 삶이 적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흔 살의 여성은 암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하였고, 쉰 살의 여성은 큰 고통을 느끼며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저자가 바라본 둘의 차이가 있다. 일흔 살의 여성에게 유일한 불만은 병원 음식이 싱겁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항상 그녀를 찾아와 주는 사람들과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고 병원 주위에서 산책을 즐겼다. 쉰 살의 여성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갔다. 그녀에겐 마음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이 책에서는 암 말기를 진단받았는지 혹은 검진 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지 보다 내가 어떤 환경에, 어떤 사회에 속해 살아가고 있느냐, 어떤 가정에 속해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더 이야기하지 못한 후회

차장님은 그다음 주 월요일에 오후 반차를 내어 급히 사무실을 나갔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나는 팀의 과장님과 함께 출장 휴가를 내어 조사 용품과 근조기를 전달하러 내려갔다. 간간이 들려오는 잡담 소리가 있었지만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조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 후 늦게 도착하신 팀장님과 이사님을 만나 저녁 늦게 돌아왔다.


차장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때문에 더 이야기드리지 못한 게 후회가 되었다.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기회를 놓친 것 같았다. 나를 위하고 지키는 마음이 더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19살에 갑자기 척수염으로 인해 발에서부터 마비가 시작되어 얼마 못가 대소변도 못 가리고 휠체어에 앉아 살게 된 여학생이 있습니다. 한창 꿈이 많을 때에 침대에 누워 지내다 얼마 못가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병원에서 듣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게 바쁜 하루를 보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음에 무엇을 받아들이냐에 따라 몸은 그대로 따라갑니다. 모두의 마음에 절망이 아니라 소망과 감사가 담기기를 바랍니다.

이전 09화 협력사 공장 화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