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ungwon LEE Dec 06. 2022

티타임이 주는 효과

크리스마스 칸타타

회사에서는 일만 하지는 않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만 할 수는 없습니다. 식사 시간도 필요하고 화장실도 갔다 와야 하니까요. 그리고 졸릴 때는 커피를 마시거나 복도에서 스트레칭을 가볍게 하기도 합니다. 특히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잠을 깨는데도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유대감도 형성해 주고, 나아가 업무에도 도움이 됩니다.


같은 부서 직원들과 티타임을 가지기도 하지만 타 부서 직원들과도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딱딱한 사무실 공간에서 업무적인 이야기를 할 때와는 달리 조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잘 풀리지 않던 업무도 해결점이 보일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업무에 영향을 끼칠 만큼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 안 되겠죠.)


며칠 전에 타 부서 직원과 커피를 마시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먼저 티타임을 하자고 불렀는데요, 업무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올 6월에 우연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사설 극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한 매거진에 제 인터뷰 기사가 실려서 한 권 전해주면서 이야기를 하게 된 거였는데, 이 직원이 생각지도 않은 활동을 하고 있어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 직원에게 선물을 하나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매달 합창단 후원을 합니다. 예전에는 굿네이버스를 통해 후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노인 급식 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는 합창단을 매달 지원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후원은 직접적으로 물건이나 돈을 지원해주는 반면에 이 합창단 후원은 소외계층들에게 무료로 공연을 보여줄 수 있도록 티켓을 제공하는 일을 합니다. 물론 당장 먹을 음식이 없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밥이나 쌀을 살 수 있는 돈이 되겠지만,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꿈을 심어주는 후원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품과 돈을 통한 후원은 당장에 힘든 현실을 넘어갈 수 있게는 만들어 줄지 모르지만 스스로 일어서서 경제적 기반을 갖추도록 이끌어 주지는 못합니다. 공연을 보면 참 좋은 것은 평소에 가지지 못하던 마음의 여유와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 꼭 필요한 후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후원을 하면서 제게는 매년 티켓이 2~3장 나옵니다. 제가 보기도 하지만, 주위 분들을 초청하는 데 쓰기도 합니다. 이번 달에는 이 회사 직원이 생각나서 커피를 마시며 티켓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수석님, 예전에 극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하셨잖아요."

"아, 맞아요."

"제가 공연 티켓이 생겼는데, 초청드려도 괜찮을까요?"

"그럼 너무 감사하죠!"


마침 공연은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있었습니다. 공연의 내용 또한 가족이 보기에 참 좋았고요. (참고로 용인포은아트홀은 한국에서 가장 좋은 음향 시설을 갖춘 공연장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감사히 티켓을 건네주고 다시 업무에 복귀를 했습니다.


며칠 뒤 공연이 끝난 다음 날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비싼 티켓을 구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오랜만에 공연을 잘 봤어요."

"잘 보셨다니 참 감사하네요."

"그런데 처음엔 조금 종교적인 느낌이 나서 생소했어요. 1막에서 예수 탄생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공연은 처음 봤거든요."

"아 그래요? 저는 사실 한 번도 종교적인 공연이라고 생각을 안 했거든요. 크리스마스는 당연히 예수 탄생일이니까요..."

"아 절대 부정적으로 보았다는 건 아니에요. 공연이 참 좋았어요. 아내도 좋아했고요."


공연은 크게 3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막에서는 예수 탄생을 오페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초청한 직원은 무교이기에 종교적인 느낌을 조금 받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절대 부정적으로 느낀 것이 아니고, 약간 생소했을 뿐 즐겁게 보았다고 하니 초대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높아질 때가 있습니다. 그럼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업무에도 방해가 됩니다. 그런데 일에 집중해 있다 보면 컨트롤이 잘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꼭 저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요.) 그래서 한 번씩 바쁜 업무 속에 분위기를 전환하며 티타임을 가지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회사 직원들 뿐만 아니라 협력사 분들과 회의를 할 때도 커피를 마실 때가 자주 있습니다. 물론 졸음을 쫓기 위해서 마시는 이유가 크지만,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저는 원래 커피를 거의 안 마셨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자주 마시게 되었습니다. 잠을 깨는 효과와 분위기를 조금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두 가지의 효과를 누리면서요. 혹시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서 몸과 마음이 피곤한 분들이 있다면 잠깐 10분 시간을 내어 커피 한잔 하시고 오면 어떨까요? :)



ps. 제가 초청한 공연은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입니다. 종교를 떠나 가족이나 친구끼리도 보기에 참 좋은 가족 오페라입니다. 연말에 따뜻한 마음을 충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공연으로 소개드립니다:)

https://graciaschoir.com/kr

매거진의 이전글 내년도 계획안 수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