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구성하는 수많은 부품 중에는 시장 공용품도 있고, 특정하게 개발된 부품들도 있습니다. 사실 공용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작은 볼트, 너트마저도 해당 제품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되어 있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개발비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개발비가 참 노다지입니다. 바이어 입장이 아닌 판매자, 즉 협력사 입장에서요.
개발비는 흔히 R&D (Research & Development)로 고려되지만, 꼭 그것만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R&D가 제품을 디자인하고 물성을 결정짓는 데에 들어가는 무형의 비용이라면, 이것 외에도 새로 개발된 제품을 테스트하는 비용 그리고 그 제품을 생산해 내기 위해 필요한 툴들, 예를 들면 제품을 고정시켜 주는 지그, 아울러 그 설변을 유지 및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인건비, 고객사의 요청으로 제작하는 프로토 타입 비용, 양산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라인 작업자들의 미숙련도로 인한 스타트업 비용도 모두 개발비에 포함이 됩니다. 협력사에서는 이 모든 비용들을 합쳐서 고객사, 즉 바이어에게 비용을 청구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파트 수량에 상각 해서요. (상각에 관한 부분은 이전 글을 참고해 주세요.)
그럼 이제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각각의 항목에 대해서 비용이 발생하는 건 오케이! 그런데 그 비용을 어떻게 책정하였지? 비용이 타당한지 체크해 보는 방법으로 개발 항목들, 그리고 각각에 투입되는 인원 수와 작업 시간, 시간당 임률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경우 유형의 파트를 생산합니다. 멀티미디어시스템을 관장하는 헤드유닛도 외관을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스틸, PCB들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2D, 3D 디자인이 필요함을 뜻합니다. CAD (Computer Aided Design) 작업 같이요. 시간당 임률이 20만 원이고, 5명의 작업자가 각각 20시간씩 일한다면 2천만 원이 책정되게 됩니다. (=5명*20시간*200,000원)
그리고 해당 프로젝트 관리자에 대한 비용이 청구될 것입니다. 필요시 생산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비용, 품질 관리 비용도 추가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들 각각의 작업자의 인건비가 타당한지, 이것은 그 회사의 연봉을 두고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 부분은 작업 시간인데요, 100시간의 작업 시간이 필요하다고 할 경우, 이 시간을 어떻게 조정하기가 참 애매합니다. 명확한 잣대가 세워지지 않는 것이지요.
더 어려운 문제는 이런 식으로 개발비를 검증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동일한 작업자 수와 작업 시간이 투입된다 할지라도 개발을 거친 후 생산되는 제품들이 갖는 가치는 천차만별일 텐데, 어떻게 일관되게 가를 수가 있을까요.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하나의 견적만 두고는 협력사가 제시한 비용을 최적화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요구된 대로 들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개발 스케줄이 있는데, 시간이 계속 흘러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2~3개 견적을 받는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견적끼리 비교해 보며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경험과 데이터 축적이 되는 만큼 더 검증할 수 있는 툴들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유형의 제품가를 검증하는 것처럼 무형의 개발비에 대해서도 정확한 평가 잣대가 세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