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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Mar 01. 2024

진급 누락

약속

뒤처짐

제가 다니는 회사는 3월 1일 자로 진급이 이루어집니다. 저는 진급이 안되었습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대리 진급이 한번 누락되었기 때문에 진급 대상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1년, 2년 앞서 진급한 동기들을 보면 마음 한편이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진급 그 자체 보다도 스스로 느끼는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입사 후 2년이 채 안되었을 때 인사과에 불려 가 "니는 이 회사 최초로 대리로 진급 못하는 케이스가 될 거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합창단에 후원을 해줄 수 있을지 CEO에게 메일을 보낸 게 발단이었습니다. 노래 실력뿐 아니라 공연을 여는 취지에 감명을 받아서 시작한 일이었고, 그렇게 일이 이어질지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전에 CEO에게 글을 쓴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퇴사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대리로 진급하지 못했을 때를 떠올려 보면 참 부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회사에서 더욱 열심히 일하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렸습니다. 당시 제 팀장님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말이지요.


저는 대학생 때 1년간 아프리카에서 지내며 현지인들을 돕고 살았습니다. 그 시간이 제게 소중한 가치관을 심어주었습니다. 그 가치관이 매년 여름에 한 주씩 시간을 내어 전 세계 대학생들이 모이는 캠프에 교사로 자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휴가를 쓰는 것을 팀장님은 참 못마땅해했습니다. 꼭 바쁜 시간도 아니고, 일도 무리되지 않게 잘 정리하였음에도 그냥 싫어하였던 것 같습니다.


존경

제가 존경하는 경영자가 있습니다.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입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공 비결은 하늘로부터 받은 세 가지 축복 덕분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첫째, 가난하게 태어난 것

둘째, 허약하게 태어난 것

셋째, 배우지 못한 것

가난하게 태어났기에 돈을 벌고 모으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허약하게 태어났기에 건강을 관리할 수 있었으며, 배우지 못했기에 누구에게서도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하늘로부터 받은 저주로 여겨졌을 텐데 그에게는 축복이었습니다.


약속

성경 속에 제가 참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창세기에 요셉이 등장합니다. 그는 어려서 총리가 되는 꿈을 꿉니다. 그 후에 총리가 되는 학교를 들어가고, 우수학생으로 선정되어 왕궁에 들어간 후 승승장구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이지요. 형들의 시기를 받아 두들겨 맞고 물 없는 구덩이에 던져져서 살해당하려 하다가 다행히도(?) 노예로 팔려갑니다. 그래도 노예로 팔려간 곳에서 주인의 인정을 받아 잘 지내는데,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갑니다. 죄명은 안방마님 강간미수입니다. 참 억울하지요. 감옥에서는 술 맡은 관원장의 꿈을 해석해 주며 풀려나가면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금붕어도 아닌데 금세 잊어버리지요. 그러고 나서 2년이 지나 바로 왕의 꿈을 해석해 주며 애굽의 총리가 됩니다. 나중에 형들을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으므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 앞서 보내셨나이다... 그런즉 나를 이리로 보낸 자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

요셉의 마음에는 형들을 향한 원망이 없었습니다. 그의 마음에는 '약속'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번 고과에 있어서 팀장님은 좋게 평가하였으나 임원이 바꾸었다고 합니다. 팀장님께서 따로 부르셔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나를 오해 말아 달라고요.


관점

부정적인 생각은 그 자체로 나쁩니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상관없이 부정적인 생각 그 자체가 나쁜 영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생각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누구에게는 열망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집념이 됩니다. 저는 약속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마음에 바라는 상을 그리고, 그것을 바라봅니다.


관점을 바꾸어 보면 감사한 일들이 참 많습니다. 제 입장을 헤아려주는 팀장님이 감사하고, 약속을 마음에 품고 지낼 수 있음이 감사합니다. 제가 몇 살까지 살지는 모르지만, 남은 시간을 두고 인생을 미리 그려보는 것도 참 좋습니다.


혹시 남모르는 짐을 짊어지고 있거나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약속을 하나 마음에 담아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스스로에게 바라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마음속에 오랫동안 품어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약속이 이루어져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물론 많은 일들에 성공하시는 분들의 길도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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