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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된 마음 다시 채우기.

다시 '빛이 되는 나'를 만들기를 원한다.

by 글구름

몇 해 동안 스스로 공부하고, 마음을 단련시켜 왔기에 그것을 믿고 나는 나를 과신했다.

나름 추구하는 가치관이 뚜렷해졌고, 그랬기에 남의 말과 평가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올 해는 그런 나를 믿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인간관계를 넓혀갔다.

처음에는 믿었던 나의 모습과 비슷하게 아주 자연스럽고 멋진 관계를 만들어갔고 유지도 꽤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자기만족에 심취해 있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지내기를 반년만에 나는 거의 소진되어 버렸다.

내가 추구하는 성격이 나로 완전하게 굳혀졌다고 생각하고 마구마구 그것들을 사용해 버린 결과다.


몇 해 동안 내면을 엄청나게 키워 놨다고 생각했고 살아온 습관대로의 욕심이나 상대에 대한 바람도 내려놓기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완벽한 오만이었다.


반년동안 내가 해오던 말과 행동은 내가 그토록 추구하는 성품의 일부분이었고 욕심과 바람을 내려놓는 것도 내가 바라는 성품에 그것들이 있기에 나를 억누르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과 관계하며 추구하는 생각, 말, 행동을 해오며 나는 어렵게 저축해 둔 것들을 차근차근 사용해 버렸고

어느 순간 다시 예전의 나를 마주치게 되던 날..'아.. 나는 완벽하게 변하지는 못했구나!!'를 인식했다.

내가 바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원래의 본모습이 드러나 나고 있구나를 반년만에 확실하게 깨달았다.

긍정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지 했던 다짐이 와르르 무너지고 기분은 발 끝을 지나 땅굴을 파고 있다.

나는 바라던 내 마음을 탈탈 써버렸다.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그토록 웃으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 즐거웠었는데 그 좋은 사람들 속에 있는 나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대화에 섞이기가 불편했고 진심으로 즐겁다는 표정을 내는 것이 어려웠다.

그들의 과하다 싶은 음성과 대화 내용들이 거슬렸고 다시 예전처럼 자기 과시, 남들에 대한 평가를 하는 대화 속에 나 또한 남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 순간 나는 나에게 완전히 실망해 버렸다. 사람 사이에 너무 지쳤던 날에는 그날 함께 했던 사람들이 이상하고 나쁘다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면 문제는 그들이 아니라 원하던 내 모습을 잃어버리고 상황을 버틸 힘이 없어진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달라진 것이 아니라 유아 수준의 성장 속에 있었을 뿐인데 너무 과대평가했던 것이다.


난 기억한다.

분명 중간중간 소진된 나를 느끼고 수시로 채우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배터리 백 프로 중 이삼십 프로정도 채우고 사람들을 대하게 되었고 그날의 모임이 아주 짧았다면 들키지 않을 수 있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채워둔걸 금방 다 소진하고 그 이후에는 다시 예전의 좋아하지 않는 내가 나오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정신을 바짝 차려서 겨우 겨우 미래의 나의 좋아질 마음을 대출받아 사람들과 관계를 마치고 돌아오게 되었고 그런 날 혼자가 되었을 때는 유난히 더 초라한 나, 비어버린 나를 느꼈다. 그런 날의 나는 가짜 나이기도 했다.


그나마.. 이쯤에서 참 희망적인 것은 이런 상태의 나를 인식하는 사람이라는 것.

나에게서 내면과 분리시켜 현재의 상태를 바라볼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저축해 둔 좋은 마음을 아무렇게나 흥청망청 다 사용해 텅 비어버렸으니 또다시 열심히 채워야 한다.

머릿속에 제멋대로 수시로 엉키며 커져가는 실타래를 차근 차근한 마음으로 풀어내고 잘라내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더 자주 갖고 잘 달래며 다독거릴 시간을 가지려 한다.

나를 위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첫 번째는 나와 나의 마음 나누기였다..

글을 적어야 정리가 되고 텅 비어 둥둥 뜨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내가 누군지 아는 공간에 글을 남기고 싶지 않았는데 또 마음이 참 이상해서 누군가는 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이 공간에 글을 남겨본다.


최고로 멋진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장 희망하는 소명인 '빛이 되는 사람'으로 평안하게 살아가고 싶다.


2023.7.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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