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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그린 May 09. 2024

연락드릴 곳이 없었던 쓸쓸한 어버이날

너무 늦었지만 또 미안해요. 엄마....


어제는 어버이날이었지만 이젠 연락드릴 곳이 없는 쓸쓸한 날이 되어버렸다.


중학생 아들에게 카네이션은 없느냐 얘기했더니 본인이 바쁘고 정신도 없는데 이런 날이라고 꼭 챙겨야 하는지를 묻는 대답에 상처만 입고 말았다.


생일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해 주고 내년부터는 꼭 챙겨주길 바란다며 짧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다툼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막고 싶었다.

아들은 여전히 개인주의 T성향 백프로다.


따뜻하고 정감 있는 아이로 양육하려고 매일 노력하고 있는데 타고난 기질이 너무 강하다.

렇게 어른이 되어도 생사에 문제는 없을 테지만 살아가는 동안 소소한 따뜻함을 느끼며 살지 못할까 봐 안타까운 마음이다.


냉정한 아들의 모습을 보며 생전 친정엄마 모습이 진하게 떠올랐다.


아들이 유아였고, 워킹맘으로 최고로 바쁘던 시절 친정 엄마의 생신을 잊고 지나갔던 해가 있었다.

그런 일은 처음이었는데 스스로의 무심함에 너무 놀라서 머리를 쥐어박으며 한심했던 순간이었다.


친정엄마는 살면서 가장 많이 화냈고, 섭섭해했고, 슬퍼했다.

백번 사죄드려도 소용없이 화내는 엄마를 보며 어느 순간 '사느라 바빠서 그런 건데 엄마가 이렇게 자식을 이해 못 해주나'라고 속으로 생각했던 기억까지 떠올랐다.


내가 아들에게 당한 상황이었다.

아들은 아직 철이 없어서라고 미룰 수나 있지.

그때의 나는 30대도 지난 나이 든 어른이었다.

나는 아들에게 뭘 바랄 자격도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친정엄마는 F감성 백 프로 소유자였다.

고마움을 담은 따뜻한 인정의 말을 자주 해드렸어야 했었다.

편찮으신 몸으로 하루종일 자식들 연락 기다리며 우울하고 슬퍼했을 모습이 이제저야 명확하게 그려져서 절로 눈물이 난다.


아휴.... 너무나 늦었지만 다시 한번 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사랑해요. 나의 엄마



20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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