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영화 <밀정>, <러브 인 클라우즈>

by 그영화

이솝우화에 외눈박이 사슴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냥꾼의 화살에 맞아 한쪽눈을 잃은 외눈박이 사슴이 바닷가에서 풀을 뜯어 먹으며 보이는 눈으로는 사냥꾼과 맹수들을 경계해 숲을 경계하고, 보이지 않는 눈으로는 바다를 경계했는데 정작 바닷가의 낚시꾼에게 잡혀 먹혔다는 이야기 입니다.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거죠. 보이는대로 보면 단세포 동물같은 거죠.


중국 고사에 공자의 제자 안회가 스승을 수행해 길을 떠났는데 쌀을 구해와 밥을 짓던 안회가 먼저 밥을 한 움큼 집어먹는 모습을 본 공자가 안회를 나무라자 안회가 "이 밥은 천정에서 흙덩이가 떨어져 스승님께 드리자니 더럽고 버리자니 아까워서 제가 그 부분을 먹었습니다.”라고 하자 공자가 안회를 의심한 것을 크게 후회하며 뉘우쳐 말하기를

“예전엔 나의 눈을 믿고 나의 머리를 믿었지만 이젠 머리도 완전히 믿을 것이 못 되는구나." 했다는 고사가 있습니다. 보이는 것, 믿는 것, 기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죠.


천만 영화 <밀정>에서 일제의 앞잡이 역할을 하는 형사 이정출(송강호)은 의열단 김우진(공유)에게

"넌 이 나라가 독립될 것 같냐"고 하면서 자신이 일제의 형사로 근무하는 것을 정당화하지만 끝내 김우진이 부탁한 폭약을 경성시내로 운반해 임무완수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데요. 감옥에서 임무완수 소식을 듣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던 김우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이정출이 매국을 했는지 애국을 했는지 보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존 듀이건 감독의 영화 <러브 인 클라우즈(2008)>는 캠브리지대학을 나온 두 남녀를 비롯한 세명의 청춘이 스페인 내전과 2차대전을 겪으며 스파이와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고, 파리와 파티, 재즈와 함께 자유분방하고 격정적인 사랑과 예술과 낭만을 즐기는 스토리입니다.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주인공 길다(샤를리즈 테론)는 독일장교와 살면서 독일어를 모르는 척 통화를 감청해 보고하고, 소형 카메라로 문서를 복사해 보고하는 등 첩보 수집 보고를 했음에도 결국 '독일군 창녀' '민족의 배신자'로 낙인 찍히면서 '당신들은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마지막 대사를 통해 미처 말하지 못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다 하는 것 같습니다.


일제시대를 살아남은 것으로 비난받을 것은 아니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들리는 것이 다가 아니며, 자신의 판단이 다 옳은 것도 아닙니다. 겉만 보고 섣부른 판단하지 말고 보이는 너머를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겠죠? 아니면 경청하는 자세라도 가져야 합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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