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인생영화

영화 <러브 어페어>

by 그영화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더라도 스토리가 현실적인 영화를 좋아한다. 상상력이 빈곤해서 그런지 판타지, SF영화나 호러, 오락영화는 썩 끌리지 않았는데 솔직히 SNS에 올리기 위해 가끔씩 보기 시작했고 후기를 쓴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렇게 보기 시작하니까 요즘은 그닥 장르 구분 없이 나름 의미 있게 즐기고 있다.


영화를 보더라도 영화의 촬영, 연출, 제작 기술 같은 테크닉은 잘 알지 못하는 편이며, 그저 스토리 구성과 전개, 이를 소화해 내는 연기, 연출 정도를 이해해 감상할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나에게 시간이 지나도 자꾸 떠오르는 인생영화 한 편을 꼽으라면 쉽지 않다. 진지하게 고민하면 하루 종일 고민할 일이다. 그렇게 고민 끝에 한편을 꼽는다면 글렌 고든 카론 감독, 워렌 비티ㆍ아네트 베닝 주연의 할리우드 고전 로맨스 영화 러브 어페어(1994) 일 것이다.


<러브 어페어>는 1939년 작품을 1957년, 1994년에 리메이크했고 세 작품 다 좋다. 멕 라이언 주연의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에서 주인공 애니(멕 라이언)와 친구가 눈물 콧물 흘리며 밤새 보는 그 영화는 캐리 그랜트ㆍ데보라 카 주연의 1957년 작품이다.


1994년 작 <러브 어페어>는 약혼자가 있는 두 남녀가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나 끌리고 6개월 뒤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지만 여주인공이 다쳐서 약속 장소에 나오지 못하고, 뒤늦게 크리스마스에 재회해 남주가 여주의 사고를 알고 사랑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스토리이다.


이 영화에서는 여주인공 테리 맥케이 역의 아네트 베닝의 우아한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현실 남편 워렌 비티와 아직 신혼이었던 그녀가 멜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으며, 특히 피아노를 치는 모레아섬의 숙모 앞에서 piano solo를 허밍으로 부르는 장면은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영화 러브 어페어를 인생 영화로 꼽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두 사람은 더 나은 조건의 상대가 있었지만 조건을 마다하고 끌림을 택한다는 러브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원어 타이틀을 우리말로는 ×륜, 정× 등으로 번역할 수 있겠지만 실은 불×이야기는 아니다. 둘째, 주인공이 원망하거나 동정심에 호소해 울고 불고 하지 않고 밝고 꿋꿋하게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는 점이 좋다. 셋째, 사랑이라는 감정을 위해 자기 자신과 서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책임감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넷째,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고 좋기 때문이다. 남녀 주인공은 현실 신혼이었으니까 영화 속에서도 달달 했겠지만, 현실에서도 두 사람은 평생 해로한다. 다섯째, 영상미도, OST도 너무 좋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담당했다. 한마디로 종합예술 작품으로서 갖출 건 다 갖추었다.


말이 나왔으니 이 영화의 명장면 명대사를 소환하면, (크리스마스날 남주 마이크가 결국 테리를 다시 찾고 다친 것을 알았을 때 절절하게 토해내던 말) "우리 둘 중에 한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어야 한다면 왜 하필 당신이어야 해?" (감동 그 자체 ㅜ...)

"lf anything had to happen to one of us... why did it have to be you?"


(여전히 꿋꿋 낙관적인 테리)

"당신이 그림을 그린다면 나도 걸을 수 있겠지? 뭐라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lf you can paint, l can walk. Anything can happen, don't you think?"

두 사람 특히 테리의 사랑은 육체적 감정이나 본능이 본질일 수 있는 남녀의 사랑을 마치 종교처럼 인간의 자아를 고양하고 정화하여 정결한 감정으로 승화시키는 진정한 사랑 또는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이 밖에도 서부극 가운데 인생영화로 좋아하는 영화로는 <하이 눈>과 <리오 브라보>, <브라바도스>를 좋아한다. 게리 쿠퍼의 <하이 눈>과 존 웨인의 <리오 브라보>는 문제 해결 방식이 대조적이고, 그레고리 팩 주연의 서부극 <브라바도스>는 신이 아닌 인간의 실수를 어떻게 봐야 할지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우리 영화는 깊은 고민을 주는 영화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 <밀정>이 그 시대를 살아남은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생각게 하는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좋은 영화에는 감동과 여운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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