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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4. 2023

우렁각시의 페르소나


"어머님은 제 우렁각시입니다." 구석구석 손길이 느껴진단다. 며느리의 말이 뜻밖이라  애드리브 하지 못한다. 주말에 두 손자와 노는 사이사이 젖병 씻고 분리수거하는 정도인데 우렁각시라고! 그냥 웃지만 기분이 좋다. boy1과 baby1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는 아침은  운동회날 같다. 가방 챙기고 아침밥 먹이고 옷 입히는 중에도 놀잇감들이 어지럽게 흐트러진다. 형제는 어린이집에 두 시간 머문다. 아이들이 없는 시간은 브레이크 타임, 집안은 고요하지만 며느리는 쉬지 못한다.


어머니의 혈액검사 결과를 기다린다. 검사결과가 나오면 주치의를 만난다. 기다리는 사이 병원 뒤 공원에 간다. 숨은 공간이라 환자 서너 명이 있다. 어머니가 살살 걷는 동안 나는 게으르게 커피를 마신다. 두 시간 기다리며 모녀가 숲힐링한다.


어머니 얼굴이 환해진다, 한 달 만에 염증수치가 확 낮아졌으니. "빠마하고 가까?"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데 떡 본 김에 제사 지내시겠단다. 미장원에 전화하니 두 사람 대기 중이라 바쁘단다. 88 미수는 기다려서 빠마하겠다 하고 66 미수는 내일 나오자고 한다. 기어이 미장원에 가보고 결정하겠다는 노모, 가나 마나 바쁘다는데 왜 가느냐는 늙은 딸이 옥신각신한다. 장맛비가 거세어지니 운전도 긴장된다. 우렁각시 시어멈이 왕짜증 페르소나를 쓴다. '너' 중심의 우렁각시가 '나'중심의 짜증쟁이가 된다. 환자인 어머니에게 짜증 내고는 미안해진다.





      

송명옥에세이스트


      쓰며 힐링하는 송명옥입니다. 국어교사로 은퇴하고 주부들과 함께 글 쓰는 낭만할멈입니다. 은퇴자의 소소한 일상, 독서 후 감상, 사모곡으로 삶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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