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제 우렁각시입니다." 구석구석 손길이 느껴진단다. 며느리의 말이 뜻밖이라 애드리브 하지 못한다. 주말에 두 손자와 노는 사이사이 젖병 씻고 분리수거하는 정도인데 우렁각시라고! 그냥 웃지만 기분이 좋다. boy1과 baby1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는 아침은 운동회날 같다. 가방 챙기고 아침밥 먹이고 옷 입히는 중에도 놀잇감들이 어지럽게 흐트러진다. 형제는 어린이집에 두 시간 머문다. 아이들이 없는 시간은 브레이크 타임, 집안은 고요하지만 며느리는 쉬지 못한다.
어머니의 혈액검사 결과를 기다린다. 검사결과가 나오면 주치의를 만난다. 기다리는 사이 병원 뒤 공원에 간다. 숨은 공간이라 환자 서너 명이 있다. 어머니가 살살 걷는 동안 나는 게으르게 커피를 마신다. 두 시간 기다리며 모녀가 숲힐링한다.
어머니 얼굴이 환해진다, 한 달 만에 염증수치가 확 낮아졌으니. "빠마하고 가까?"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데 떡 본 김에 제사 지내시겠단다. 미장원에 전화하니 두 사람 대기 중이라 바쁘단다. 88 미수는 기다려서 빠마하겠다 하고 66 미수는 내일 나오자고 한다. 기어이 미장원에 가보고 결정하겠다는 노모, 가나 마나 바쁘다는데 왜 가느냐는 늙은 딸이 옥신각신한다. 장맛비가 거세어지니 운전도 긴장된다. 우렁각시 시어멈이 왕짜증 페르소나를 쓴다. '너' 중심의 우렁각시가 '나'중심의 짜증쟁이가 된다. 환자인 어머니에게 짜증 내고는 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