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23시, 아들이 집을 나선다. 영화 <탑건:매버릭>을 보러 간다. 아들은 아직 말도 못 하는 젖먹이 형제를 키우는 가장이다. 며느리를 의식하는 듯 아들이 망설인다. "아이들 잘 때 기회다." 아들을 내가 슬쩍 밀어준다.
나는 액션 장르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탑건:매버릭>을 보러 간다. 아들이 일요일 심야에 혼자 가서 본 영화이기 때문이다. 모자간의 대화거리도 되니까.
130분 올인한다. 작전이 성공하는 결결은 진부하나 인물들이 만드는 재미와 감동에 빠진다. 윙맨 구스의 죽음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탑건 매버릭, 아버지 구스의 죽음 때문에 탑건 매버릭을 원망하는 구스 아들 루스터, 구스의 아들 루스터를 자신의 윙맨으로 삼아 출격하는 매버릭.
"파일럿들은 곧 쓸모가 없어질 거야."
"오늘은 아닙니다, sir."
매버릭의 특급 대사이다. 탑건을 호위하는 '윙맨'. wing man은 탑건의 목숨을 지켜줄 사람이다. 탑건이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이다. 신뢰는 의무감보다 강하다. 나에게 윙맨이 있는가? 나를 윙맨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