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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Jun 18. 2024

주왕산 목수 아줌마


상주영덕 고속도로 청송 구간에서 '대전사' 안내판을 본다. 3년째 격주로 지나며 벼르다가 밤꽃이 늘어진 한낮찾아간다. 절은 주왕산 식당가를 지나서 등산로 입구에 있다. 활짝 펼쳐진 절 마당에 나무의자가 유독 많다.


부처님께 고두례를 드리고 부처님이 앉으신 방향으로 앉는다. 법당문을 나서면 마음은 쉬 사심으로 채워지더라도 잠시 마음을 비워 본다. 다리가 저릴 때까지 멍 때린다


조심히 가라는 법당 보살과 눈을 맞춘다. 기와불사를 권하지 않아서 편하다. 또 오라는 비구니께 합장하며 또 오겠다고 대답한다. 커다란 화분마다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하다. 곧 빨갛게나 노랗게 익겠다.


막걸리 마시던 등산객들이 어지간히 떠난 모양이다. 호객꾼과 눈 마주치지 않으려고 꼿꼿하게 올라간 길을 두리번거리며 내려온다. 도마 가게가 군데군데 대여섯이나 있다.


긴 앞치마를 두른 여인이 도마 가게를 지킨다. 나무로 만든 소품들이 특별하진 않지만 도마거치대를 하나 산다. 커피 여과지를 정리하기 적당하다. 닦고 칠하고 포장하는 손길이 정성스럽다.


기린을 찾으니 자기 작품만 판단다. 나무 기린은 대부분 인도네시아산이고 무늬가 다양하다 하길래 주인장 안목으로 한 쌍 내지 가족으로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건네받은 명함에 '주왕산 목수'라 찍혀 있다. 목수? 여자 목수!


주왕산에는 대전사가 있고 절 마당에는 나무의자가 많다. 대전사 가는 길목에는 여자 목수가 도마를 팔고 그녀는 개인 작업장도 있다. 따뜻한 목수가 기린을 구하면 나는 명함에 찍힌 작업장에 간다. 기린도 보고 싶고 주왕산 목수를 만나고 싶다. 대전사에 가서 주왕산 목수를 만난 인연으로 목수와 이야기하고 주왕산 대전사에 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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