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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이 아니라 스트레스입니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김영사, 2024년, 342쪽

by 송명옥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제목부터 어렵다. '삶을 쓰다듬는 위안의 책'이라는데 40편의 에세이는 소논문이다. 철학 교수인 저자의 독서량이나 생각의 범위, 깊이를 교양으로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다. 인용된 인물과 내용에 대한 주[]가 267회, 16쪽이나 된다. 너무 많은 인용과 비유와 사례는 방해꾼이다. 교재 연구하듯 핵심어 찾고 중심 문장 표시하며 읽는다. 군살 쏙쏙 빼고 요약하며 달려 2주 만에 완독 한다.


함께 읽는 회원들에게 '한 주에 20편씩 읽자'라고 했는데 50대 주부는 1주일 동안 한 편도 다 못 읽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드러눕는다. 40대 주부는 제목부터 이해되지 않는다며 부끄러워한다. "선생님! 이 책은 위안을 주지 않고 스트레스만 줍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그녀들이 읽기 힘들어하리라 생각했지. 생경스런 철학자 이름을 더듬더듬 읽노라면 내용을 생각하기 전에 머리가 복잡해지니까.


"기생충, 자기기만, 죽음, 쓰레기의 철학", 평소에 생각하지 않던 문제들을 읽으며 보이지 않아서 놓친 것을 살핀다. "산책, 유머, 피제 스피너, 나이 드는 인간",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 주는 소재들을 읽으며 좁고 단순한 내 생각을 자각한다. "바다 이야기, 철학자와 계몽군주, 홍루몽", 세계를 읽으며 깨어진 조각들도 아름답게 보고 조각들을 맞추어 보려고 한다. 오랜만에 공부하듯 완독 하니 뿌듯하다. 생각하는 힘과 읽는 힘도 자란 듯하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는 '철학적 생각이 마음의 날씨를 바꾼다'라고 해석한다. 저자는 말한다. "변화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생각의 눈으로 마음속 날씨를 확인하라, 어디에 햇살이 깃들고 어디에 반가운 여름비가 오는지 찾으라, 삶의 구석구석을 응시하면서 마음의 날씨를 바꾸어라, 시간도 방법도 없다는 이유로 더 나은 삶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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