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를 시작한다. 사연이 있는 물건들, 아까워 못 버린 물건들이 구석으로 밀려난다. 손길도 눈길도 못 받는 물건들을 가려낸다. 버린다는 말은 몰인정해서 보낸다고 미화해 본다. 책을 많이 보낸다. 누렇게 변한 책, 글자가 작고 행간이 좁은 책, 활용도가 낮은 책 들을 보낸다. 아들이 보던 이원복의 만화책, 내 전공서적, 자기계발서 들을 보내고 빈 책장도 하나 보낸다.
누렇게 변색하고 글자가 작고 지면이 빽빽해도 안고 가는 책이 있다. 법정 스님의 말씀들이다. 스님의 글로 '무소유'를 알게 되고, '맑고 향기롭게' 환경운동에 눈뜨고, 세 번 친견한 인연이 있다. 1976.4.20 발행한 초판 1쇄 범우사 문고판 <무소유>는 저 세상에 안고 가고 싶다.
몸피를 줄이고 나니 마음이 가볍다. 더 비우면 더 가벼워지겠지. 없어도 아쉽지 않은 책들이 집과 책장을 차지하고 내 눈을 채우고 있었다. 할멈은 이제 지식에 대한 욕심도 버린다. 지식도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리. Joe 아저씨께서 출국하시는 날, 매미처럼 날기 전에 무게를 줄인다. 몸을 가볍게 하며 날아갈 준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