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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환 Jul 13. 2020

[독서노트] 스무살경제학

(오다나가 나오키 지음, 김은진 옮김, 다산북스)

16.12.03 완독


스물한 살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경제학 공부를 해야겠다고 수원의 한 중고서점에서 책을 한 권 샀다. 14년 12월의 일이다. 이때쯤 나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인 수능이 끝났다는 안도와 함께 대학에 진학하기 전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본래 성격이, 무엇인가 취약점을 발견하면 그것을 어떻게든 극복하려 한다. 하지만, 이를 계속 견지할 지구력 내지는 근성이 부족하여 스스로 포기한 것들이 많다.

수학과 경제학이 그렇다. 수학은 수험생의 모습을 벗었으니 부족한 대로 놔둔다 해도 경제학만큼은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됐기에 다시금 배움에 도전하고 싶었다(물론 수학도 실생활에 응용할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 학제는 애초에 수학을 실생활로부터 떨어뜨려 놓았으니 나도 할 말은 있다). 게다가 재 각별한 친구의 영향도 받았는데, 수학과 경제학의 유용성을 힘주어 얘기하곤 했던 녀석이다. 물론 두 과목 모두 잘하기도 했다.

다른 책들과 달리 서평을 쓰기에 앞서 시시콜콜한 내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양해하시라. 내게는 그만큼 '경제학'이라는 세 글자가 들어가는 책에 노이로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한 번도, 첫 단원을 넘겨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경제'라는 것을 사람들이 의식하게 된 시초부터  오늘날의 경기불황에 이르기까지 경제의 역사를 개괄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경제이론 중심의 수식과 통계가 난무하는 딱딱한 서술을 떠나 7가지 생활밀착형 주제-분배, 가치, 생존, 정부, 효용, 기업, 실업-을 나누고 이 주제들과 연관된 학파와 학자를 소개하는 방식은 무척이나 신선했다.

비록 이 핑계 저 핑계로 구매한 지 2년이나 지나서야 끝 페이지를 뗐지만 그다지 부끄럽지 않다. 의무감으로 시작했던 독서가 온전한 흥미로 끝을 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저자는 내게 일깨워주었다. 더욱이 저자의 머리말은 내게 얼마나 많은 공감과, 이 책을 고른 데에 대하 확신을 주었던지.


다시 공부를 시작했을 때 느낀 경제학에 대한 이미지는 일상생활에 별로 필요도 없어 보이는 학문 영역이었다. 그러나 정말 그런 것일까? 이 책은 이런 의문에서부터 출발했다.


다만 이 책이 지닌 문제점도 없지 않다. 일본인 저자의 책을 번역한 것이다 보니 그런지 우리나라 어투와는 다른, 조금 어색한 번역투가 눈에 띈다. 물론 자세히 읽다 보면 역자가 일부러 원본에 충실하려고 의역을 피한 의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의역을 과감히 하고 미주를 끝 페이지에 달아 놓는 방법이 어땠을까 싶다. 저자 역시 너무 많은 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일일이 소개하다 보니 수식과 그래프에 대한 설명이 원전에서 복사하여 붙여넣기한 듯 무성의한 느낌도 있었다. 수식과 그래프를 아예 빼 버려도 저자의 집필 의도에 어긋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몇 군데의 오기(誤記)를 지적하며, 이상의 문제점은 이 책과 같은 입문서가 우리나라 저자에게서 나왔다면, 혹은 앞으로 나온다면 하고 희망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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