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자를 위한 슬픈 노래

by 늘초

알코올중독자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제가

우습게도 알코올중독인 친구에게

어느 날 갑자기 연민이 생겨 적어본 글.


알코올중독자를 위한 슬픈 노래


한 사내가 있다


술잔을 들 때마다
취기보다 깊은 것은
공허.


그는 항상 “오늘 까지만”이라고 했으나
그 말은 공허한 무덤처럼 쌓인다.


그에게 술은 항상 따뜻하고
아침은 언제나 차갑다.


사람들은 그의 곁에서 떠났고,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술병이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


비워진 병들,
채워지지 않는 것들,


그는 괜찮다 말했지만
그 말이 먼저 죽었다.


유리잔은 깨졌고,
신뢰는 소리 없이 사라졌다.


밤이 길어진 이유,
잠 때문이 아니라 후회 때문이다.


입술은 술로 젖었고
눈빛은 말랐으며,


웃음소리는 크게 남았으나,
마음속의 모든 것은 무너졌다.


잔을 부딪칠수록
많은 관계들 에는 금이 갔다.


도망친 건 세상으로부터가 아니라
술에 찌들어 10년은 더 늙어 추레해 보이는
자기 ‘얼굴'로부터


술은 언제나 위로라고 속이지만,
그 위로는 독으로 쌓인다.


끊어내지 못한 것은
술이 아니라 외로움


새벽은 언제나 맑지만
몸과 정신은 언제나 흐리다.


미안함은 늘 해장보다 늦게 온다.
아주 늦게,


사과는 했으나
멈추지는 않았다.


잔은 언제나 가볍고
삶은 그만큼 무겁다.
무거워지는 삶을 지탱하며,
살기 위해 마셨고
마실수록
무거움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리고는, 끝내 자신을 잃었다.
그날도 그는,
없었다.

남은 것은 주인 없는 의자뿐,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거움보다 먼저 사라지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그도 언젠가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라지기 전까지 만이라도,
그는 아직 사람이기를 바란다.

잔을 내려놓을 손은 아직 남아 있고,
누군가가 아직 그를 기다리고 있다.


멈추지 못하고 그렇게,
스스로를 갉아먹는다면,
결국 그는 자기 자신에게 패배할 것이다.


그에게 마지막까지 따뜻한 건 겨우 술 하나뿐,
사라진 것은 술이 아니라 사람,
비워진 것은 병이 아니라 인생,


그는 오늘도 변함없이,
“오늘 까지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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