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절대적인 가치가 된 시대의 이야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는197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정치·범죄 드라마다. 이 작품은 국가 권력이 가장 노골적으로 작동하던 시대를 무대로, 성공을 선택한 남자 백기태(현빈)와 정의를 선택한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대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백기태와 장건영은 처음부터 같은 자리에 서 있던 인물이 아니다. 한 사람은 국가 시스템 안에서 빠르게 위로 올라가며 성공을 좇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시스템 바깥에서 법과 원칙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권력과 불법이 얽힌 사건을 계기로 두 인물의 길은 교차하게 되고, 그 순간부터 이 이야기는 개인 간의 대립을 넘어 시대와 가치의 충돌로 확장된다.
※ 이하 내용에는 드라마의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백기태는 처음부터 권력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 아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모두 잃고, 여동생과 남동생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소년가장이었다.
직업군인의 길을 택한 것 역시 안정적인 생존을 위한 결정에 가까웠다. 이후 성공을 향한 도전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고, 그곳에서 인정받은 공로를 발판 삼아 중앙정보부 과장 자리까지 올라선다.
하지만 그 위치는 그가 꿈꿨던 성공의 끝이 아니었다.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그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고, 나아가 대통령실과 직접 연결되는 권력의 동아줄을 붙잡는다. 이 과정에서 불법과 폭력은 선택이 아니라 수단이 되었고, 백기태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선을 넘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장건영은 검사다. 그가 백기태를 추적하고 멈추려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불법을 저지른 사람을 잡는 일, 그것이 그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백기태의 행위를 알게 된 순간부터 장건영의 선택지는 명확해진다. 이 싸움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직무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행동에 가깝다.
하지만 그가 맞서야 했던 대상은 한 개인이 아니었다. 당시의 수사는 곧 권력 내부의 치열한 다툼과 연결되어 있었고, 백기태를 쫓는다는 것은 대통령실을 포함한 거대한 권력 구조에 정면으로 맞서는 일이었다.
장건영의 정의는 그래서 언제나 고립되어 있고, 그의 싸움은 개인 대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 대 개인의 형태로 전개된다.
드라마속 이 두 인물은 선과 악을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한다. 불법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 선택은 악으로, 원칙과 법을 지키려는 태도는 선으로 제시된다. 이 점에서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판단을 유예하지 않는다.
누가 옳고, 누가 잘못했는지는 서사의 진행 속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선과 악의 경계는 흐릿해지지 않으며, 오히려 명확한 대비를 통해 이야기의 긴장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작품은 도덕적 회색지대보다는 분명한 윤리적 기준 위에 서 있는 드라마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단순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악인의 선택이 철저히 개인의 일탈로만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백기태가 저지르는 불법과 폭력은 분명 정당화될 수 없지만, 그 선택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개인의 욕망을 넘어서는 시대의 논리가 놓여 있다.
성공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될 수 없었던 시절,
그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올라가기 위해 선을 넘는 선택을 반복한다.
이 드라마는 그 과정을 숨기지 않고 끝까지 따라간다.
이 지점에서 이야기는 과거의 정치극에 머물지 않는다.
개인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어버린 지금의 시대와도 이 드라마는 크게 다르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과정의 불법성과 윤리적 문제는 뒤로 밀리고, 결과만으로 모든 선택이 평가되는 풍경은 이미 익숙하다. 그래서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현재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사실 거창하지 않다.
불법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고 싶어서도 아니고, 과거의 인물을 현재의 기준으로 재단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다만 이 이야기를 보며, 지금처럼 각박해진 세상 속에서 또 다른 형태의 괴물이 언젠가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우려가 남았다.
성공하지 못하면 설명해야 하고, 버텨내지 못하면 개인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구조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공이 절대적인 가치가 된 시대에, 니체는 이미 오래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 문장이 지금도 유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괴물이 특별한 사람에게서만 태어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각박해진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금씩 기준을 낮추고 선을 넘는 선택들이 반복된다면 또 다른 형태의 괴물은 언제든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과거의 드라마로만 남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 시작점 어딘가에 서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메이드인코리아 #현빈 #정우성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