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피어나지 못한 꽃
날이 좋아서
정말, 너무 좋아서
그냥 그 이유 하나만으로
괜히 기분이 좋아졌어
봄바람이 살랑살랑
겨울 내내 꽁꽁 얼었던
내 마음도 조용히 풀려가
언제 이렇게 꽃이 피고
자기 할 일 다 하고
햇살 속에 스르르 떨어졌을까
나는 아직 몽우리
몇십 년째 피지 못한 채
언제 필지 몰라 맴돌고 있지만
알았어
활짝 피는 건
사람도, 꽃도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구나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시간도
내겐 아직 거름이 필요했던 거야
세상이 한 사람을 피우기 위해
꽤 많은 계절을 쓰는구나
그래도 괜찮아
언젠가 나도 피어나
햇살 가득한 날
살짝 고개 들어 세상을 보겠지
잠시라도
꿀처럼 달콤한 순간을 품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할지도 몰라
다만,
너무 늦지만 않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