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

by 섬세한 다육이







오랫동안 무언가에 쫓겼던 것일까.

옷은 너덜너덜하게 찢겨 있었고,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얼굴에는 채 마르지 못한 눈물이 먼지와 뒤섞여 진흙처럼 엉겨 붙어 있었다. 쉬지 못하고 걷다 달리기를 반복하던 중, 저 멀리 지나가는 구급차를 발견했다.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초인적인 힘으로 달렸다. 살려달라고, 제발 멈춰달라고 무릎을 꿇으며 빌었다.

하지만 안도했던 것도 잠시, 나는 다시 질끈 눈을 감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안전한 내부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달리는 구급차 외벽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집. 빨갛다 못해 하얗게 빠져버린 발톱을 보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어젯밤 꿈속에서 무너져가는 세계를 보았다. 그 황폐함이 나의 미래인 것만 같아 가슴이 저리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했다. 꿈속의 '나'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웠다.

그저 다정하게 들려온 말 한마디에, 눈앞에 내민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잠시 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작은 온기가 죽어있던 내 영혼에 숨결을 불어 넣어 다시 살려낸 것이다.


코끝에 차가운 새벽 공기가 닿았다. 서서히 눈을 뜨며, 물음표가 하나 피어올랐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을 주고받지만, 그중 진심이 담긴 위로 한 조각의 무게는 과연 얼마큼일까.

우리는 흔히 '구원'이라는 단어가 거창한 희생이나 대단한 행동에서 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때로는 텅 빈 마음을 채우는 다정한 눈빛 하나, 벼랑 끝에서 들려온 '내가 여기 있어'라는 작은 목소리가 숨을 멈추려던 누군가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도 한다.


오늘 내가 무심코 건넨 짧은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향해 다시 내딛는 마지막 생명줄이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나의 짜증 섞인 말투가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등 떠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혹시 오늘, 당신에게 누군가 무심코 건넨 인사가 있지는 않았나.


"오늘 어때? 괜찮아?"


그 짧은 물음이 사실은 당신의 무너져가는 세계를 지탱해 줄 손길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