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거북이 스리로 폼 자연환경
어머니의 품 지구
함석헌은 장자莊子의 〈齋物論〉재물론에 대하여 해설을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하늘의 소리;天籟)는 사람과 땅의 천만 가지 소리를 하나로, 다 제가 스스로 제소리를 하는 것으로 듣는 것이 천뢰다. 그럴 때야만, 무한히 잡다한 현상을 그대로 하나로 보고, 무한히 많은 소리를 많은 그대로 하나로 듣는데, 하늘 소리 들음에, 곧 참이 있다 하는 뜻이다.”(《씨알의 소리》 1979.3월호) 천뢰는 자연의 소리다. 그런데 지금 자연 소리가 우리에게 매/회초리를 대고 있다는 생각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끝없이 나를 부르는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먼저 달려간 곳, 고향 바다다. 바다를 보면 황홀해지는 것은 끝없이 출렁대는 파도와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두어 번, 바닷가 집으로 간다. 가는 길에 바닷가에 산처럼 쌓여 있는 하얀 스티로폼을 만난다.
바다에서 밀려온 것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어느 날엔 어디론가 사라지고 빈공터가 깨끗하게 치워져 상쾌해져 마음이 유해진다. 그러다 또다시 하나, 둘 쌓이는 스티로폼들 양식장에 부표로 쓰는 물자들이다. 작게 쪼개져 떠다니는 알갱이를 물고기가 먹고 (거북이도 먹는다) 이들 고기들은 소화가 안 되어 결국에는 죽고 만다. 전문가들 말에 의하면 고기 뱃속에 들어간 스티로폼이나 마이크로플라스틱은 고기 몸에서 다른 물질과 합성이 되어 해로운 물질로 변한다고 한다. 해로운 물질로 변화된 물고기를 인간이 먹으면 결국 인간도 온갖 병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폐사하는가 하면 녹은 알갱이들이 그대로 물고기에 스며들어 해로운 물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깊은 생각에 잠겨본다.
스티로폼이 바다에 설치되고 있는 한, 플라스틱 용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리고 인간이 플라스틱 용기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한, 지구의 자연환경은 그대로 울 수 없고, 자연환경이 자유롭지 못하다면 기후변화는 계속 이어질 게 뻔하다. 인간이 자연환경을 계속 훼손하는 한, 자연도 우리 인간을 계속 공격하고 인간의 건강을 괴롭힐 거라는 생각이다. 올여름 너무 더웠다. 비도 많이 왔다. 내년도 이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배추값이 장난이 아니다. 시금치값이 금값이다. 이게 다 우리가 다 자연을 해코지한 보복이 아니겠는가. 나부터 성찰해 본다.
바다는 다 받아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바다는 무엇이든 거부하지 않고 받아준다. 그래서 바다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대지의 온갖 물들, 계곡물, 시냇물, 강물을 모두 받아준다. 뿐만 아니라, 더러운 물, 빗물, 황토물까지 모두 받아서 맑게 만들어 준다. 폭풍을 만나면 자신을 정화하는 마력까지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바다다. 인간은 폭풍을 두려워 하지만, 비다는 폭풍을 품으며 자신을 정화한다. 그래서 바다는 ‘어머니의 넓은 품이다.’ 그리고는 인간이 필요하다고 하면 모든 걸 내어준다. 우리는 자연환경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 계속 훼손되는 자연환경 인간이 만들어 낸 물질들이 인간을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
바다는 무엇이든 거부하지 않고 수용한다. 바다의 위대한 힘, 빗방울과 황토물을 온전히 수용하며 바닷물이 된다. 어떤 폭풍우도 어떤 물질이 들어와도 거부하지 않는 바다다. 누군가 바다는 ‘어머니의 품’이라 했다. 내어주고 또 주어도 끝없이 생성되는 어미의 젖가슴처럼, 어미의 마음으로 가진 것 모두를 내어주는 살뜰한 모정이 바다의 마음이다….
끝없이 내어주는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바다는 자비의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인간이 그 바다를 더럽히고 있다. 언젠가 바다도 성난 파도처럼 인간에게 매질하리라 본다. 나부터 성찰해 본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처럼, 바다를 오염시키지 말자고. 아이들이 바다를 바보라고 부른다. ‘바보’라는 것은 ‘바닷속 보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 바다에서 인간은 온갖 보물을 맨날, 맨날, 한없이 캐내어 실어 나른다. 그래도 바다는 한정 없이 끝 모르는 보물을 인간에게 선사한다. 그래서 바다는 뜨거운 모정이다. 자식이 굶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어머니의 애타는 심정을 가졌다.
바다는 영원히 함께 갈 지구의 자궁이다. 바다가 불러 주는 파도 소리는 어머니의 심장소리다. 파도가 만들어 내는 하얀 바다 조각은 자식의 아픔을 달래주는 어머니의 손길이다. 그저 이렇게 바다는 인간에게 ‘좋다, 좋다’ 고만한다. 이러한 바다의 마음에 아픔을 주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성찰해 본다. 바다를 괴롭혀선 안 된다고.
인간의 나쁜 생활 습관으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는 녹아내리고 기온은 상승하고 있다. 이상기온이 지구를 감싸고 있다. 이상기온은 기후변화를 일으켰다. 바다에서 물고기의 생태교란이 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땅에서는 온도가 너무 올라가는 바람에 채소가 녹아내린다고 한다. 산의 나무들도 침엽수가 몸살을 한다. 이것은 분명히 지구 재앙의 시작을 알리는 징후다. 나는 반성을 해본다. 나도 지구를 아프게 했는가.
태풍이 몰아치면 술에 취한 사람처럼 이리저리 흔들려 중심을 잡지 못해도 바다는 무한정 인간의 욕심을 채워주었다. 바다의 뜨거운 모정, 어머니의 애타는 심장이다. 바다는 영원히 함께 갈 우리의 모태, 파도는 어머니의 심장 소리다. 파도가 부서지는 하얀 물거품 앞에 감동하면서도 파도가 하려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바다를 보러 온 여행객의 ‘좋다, 좋다.’란 말을 연거푸 하고 있었다. 드넓은 바다를 보는 것 만으로 마음의 평화가 온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바다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물고기가 귀해지고 건져 올린 물고기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지구는 뜨거움에 몸살을 앓고 동식물이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가고 있다. 빙하가 녹아내려 어떤 재앙이 닥쳐올지 걱정뿐이다.
꿀벌이 살지 못하면 사람도 살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꿀벌을 지켜야 한다. 이웃에 농부가 꿀벌을 키우고 있었다. 꽃이 피면 너도나도 꿀을 따러 날아들던 꿀벌들. 언젠가 여왕벌이 둘이 된 벌통에서 원래 주인이던 여왕벌이 일벌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다. 한 통에 여왕벌이 둘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서로 갖겠다고 싸우지 않고 집을 비워준 여왕벌의 지혜를 우리는 배워야 한다.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 작은 곤충의 마음을 누가 알까. 선산에서 벌초하는 사람 밀짚모자 위로 벌떼들이 날아와 에워쌌다. 깜짝 놀란 그는 밀짚모자를 가만히 벗어 풀 섶에 놓아두었다. 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꿀벌 떼들이 새카매졌다. 집 나온 벌들은 쏘지 않는다고 했다. 집이 없어도 무작정 집을 나온 벌들의 용기를 곁에서 지켜보았다. 소식을 듣고 온 주인이 새 벌통을 가져와 꿀벌들 옆에 놓아두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꿀벌들이 새집으로 안착했다.
기후변화가 가져다준 피해로 지난해부터 벌꿀 농사를 망치고 말았다. 주인 잃은 벌통들.
다시 벌꿀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언제까지 나무를 베어내고 땅을 파내고 터전을 만들까. 베어진 나무가 흘린 영롱한 눈물이 보일 리 없다.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려도 자연은 그대로 수용한다. 사람들 스스로 알아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자연훼손 하는 일을 자각해야 한다. 보는 이 없다고 양심까지 버리는 일은 나를 버리는 일이다. 소중한 나를 버리지 않는 일은 각자의 자존심이다.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해양 폭염으로 바다에서 생물이 살 수 없는 현상까지 생긴다고 한다. 지구를 살리는 일은 나를 살리는 일이다. 모든 동식물은 눈이 있다. 나무도 풀잎도 작은 곤충도 모두 다 눈이 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 바다에는 눈이 없을까. 수없이 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다. 인간의 양심을 지켜보고 있다. 어머니의 품인 지구가 살아야 우리가 살고 후손들이 살기 좋은 곳에서 살게 되는 일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삶,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인 것을. 오늘도 천뢰는 우리에게 매를 대고 있다.
그 모성
풀밭에서 처얼 썩 파란 종소리가 들려오면
봄을 알리는 바다의 신호다
바윗돌에 피어나는 파래꽃의 손짓
초록 바람이 불어온다
파래꽃 이파리가 너울거리면
매생이의 보드라운 솜털들이 물결에 기대어 춤을 춘다
갯벌을 뒤덮은 감태와 모여든 사람들이 어우러져,
바다 가운데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린다
바다는 四季를 넘나들며 일을 한다
할아버지의 바다였고 아버지의 바다였다
살아있는 바다는 영혼의 고향이다
갈매기 날갯짓하며 끼룩거리는
푸른 물결 남실대는 물고기의 보금자리
햇살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윤슬
힘차게 뛰어오르는 풋풋한 생명들
내어주고 또 주어도 못 채우는 마음
아낌없이 내어주는 어머니의 바다,
그 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