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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하 Sanha Oct 14. 2022

안주하고 싶은 마음

길을 잃은 것 같다





 모든 게 신나고 의욕적이던 때가 있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뭐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절.


하지만 내가 나약한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


보이지 않는 성과에 지친 순간부터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

.



나에게 다가오는 관심에 안도하면서도 수치스럽다.


 '기대'라는 관심이 책임감과 조급함, 안도, 사랑.. 여러 감정으로 날 움직이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움, 실망, 좌절 등을 안겨준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난 정말 부지런하게 살고 싶은데 왜 이렇게 사는 걸까?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계획이 있다.


 해외여행을 가야 하니 영어공부도 해야 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니 안정적인 직장도 필요하고,


그걸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준비도 해야 한다.


부모님과 더 늦기 전에 여행도 가고 싶고,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성과도 내고 싶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무지에는 두려움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깔려있다.







 만약 내가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안됐을 때 스스로에게 느끼는 실망,


나를 실패한 사람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다.


그래서 열심히 안 하는 척, 미련이 없었던 척, 다른 대안이 있는 척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둔다.


마치 할 수 있는데 안 한 것처럼.


아주 멍청하고 오만한 자존심이라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나한테 그 자존심마저 없으면 뭐가 남을까. 






남들에게 "혼자 속 편하게 산다"하는 소리를 들으면 내가 그렇게 보이게 의도했음에도 짜증이 난다.


말도 하지 않았으면서, 심지어 숨기기까지 했으면서 타인이 나를 헤아려주길 바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마음을 나조차도 종잡을 수 없다.


내 마음인데도 내가 알지 못하는 거다. 그래서 난 주변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도 내 마음을 알 수 없으니까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먹고살만하면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댄다.


사실 알바만 하고 살아도 내 한 몸 건사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냥 조금 좁은 집에서 조금 적게 먹고 조금 불편하면 된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기에, 남들이 다 발전한 삶을 살 때 나만 뒤처지고 싶지 않기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한다.


물론 잘 되진 않지만.





 위에 썼다시피 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여러 계획들 중 내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 일 중 하나가 바로 이 글을 쓰는 것이고.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주변에 '쟤는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살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걸 수 있으니 불러서 밥이라도 한 끼 사주라 하고 싶다.


그럼 알아서 그 관심에 자극받아 더 생각하고 생각해서 결국 실천에 옮기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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