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체크 안 해도 돼

by 켈리오네

2023년 초에 경험했던 일이다. 나는 인천에서 출발해 시드니 공항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수하물도 찾았다. 시드니 공항은 입국장을 나가기 전 수하물 검사를 한 번 더 거치게 되어 있는데, 검사 대상 수하물의 기준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직원이 랜덤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즉, 사람들이 줄지어 있으면 직원이 여권과 입국 티켓을 확인한 뒤 수신호로 왼쪽이나 오른쪽을 가리킨다. 가령 왼쪽으로 가면 수하물을 한 번 더 체크하고, 오른쪽으로 가면 그냥 나갈 수 있는 방식이다. 순전히 직원 개개인의 재량과 판단으로 결정된다.


당시 두 명의 공항 직원이 그 분류 업무를 하고 있었다. 한 명은 남성이었고, 다른 한 명은 여성이었다. 남자 직원이 손으로 직접 방향을 안내하고 있었고, 여성 직원은 그 옆에 보조로 서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을 살피다 보니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그 남자 직원이 내 앞에 있는 한국인을 전부 다 오른쪽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즉, 수하물 검사를 추가로 하지 않아도 되는 쪽이었다. 간혹 외국인들은 왼쪽으로 가기도 했다. 그리고 내 차례가 왔을 때도 역시 오른쪽으로 지시했다. 참고로 나는 한국 국적의 호주 영주권자다.내가 지나갈 때 그 남자 직원이 여자 직원에게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한국인은 체크 안 해도 돼.”


보아하니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 직원에게 가르쳐주는 듯한 모양이었다. 아마도 그동안 일을 하면서 겪어왔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한국 사람들은 짐 검사를 꼼꼼하게 하더라도 걸릴 만한 게 거의 나오지 않았었나 보다. 별것 아니지만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전혀 기분이 나쁠 법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때의 일을 되돌아보니 한 가지 드는 의문이 있다. 과연 좋은 차별도 차별일까? 차별이라는 단어에는 부당한 대우라는 개념이 포함된다. 이렇게 정의만 따져본다면 차별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거꾸로 입장을 뒤바꿔 생각해 보면 어떨까. 당시 중간중간 끼어 있던 외국인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아래에는 다른 예시를 몇 가지 더 들어 보았다.


한국인은 성실하다

미국인은 개방적이다

일본인은 예의 바르다

동양인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흑인은 운동 신경이 좋다

유대인은 똑똑하다 등


이러한 예시들이 분명 나쁜 편견은 아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집단 구성원 전체를 일반화하는 사고방식은 인종차별주의(레이시즘)에 포함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편견이라 한들, 이는 언제든 부정적인 편견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똑똑하다는 편견이 있는 특정 인종의 개인이 조금이라도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쉽게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긍정적인 편견조차 특정 집단에 대한 기대를 강화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즉, 좋은 편견도 특정 집단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이러한 시각은 결국 사람을 개별적 존재로 보는 대신 그들이 속한 인종 집단을 통해서만 판단하게 만들고, 타인을 인식하는 방식을 왜곡시킬 수 있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마틴 다운튼 교수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한 강의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했다. 한국에 거주했던 미국 정부 관계자의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고 한다.


“Koreans are the Irish of the Orient. They are fun-loving. They have an inferiority complex. They don't have any self-confidence.”

“한국인은 동양의 아일랜드인이다. 그들은 재미를 사랑한다. 그들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감이 없다.”


한국인을 단순화하고 고정된 스테레오타입으로 묘사했다. 이는 이질적인 문화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편견이며,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의 한 예다. 그것이 긍정적인 측면이든 부정적인 측면이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러한 특징이 모든 한국인에게 해당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도서 <하얗지 않은데 왜 백인인가> 중에서


도서 링크: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54190052090?cat_id=50005859&frm=PBOKPRO&query=%ED%95%98%EC%96%97%EC%A7%80+%EC%95%8A%EC%9D%80%EB%8D%B0+%EC%99%9C+%EB%B0%B1%EC%9D%B8%EC%9D%B8%EA%B0%80&NaPm=ct%3Dmckcn27c%7Cci%3De07a37f70f069224338fb794fcb136968e1cb46d%7Ctr%3Dboknx%7Csn%3D95694%7Chk%3D10b0e8ac49b863652064707633e223df778d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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