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가동 유리몸 Dec 04. 2023

인생에 절반 그리고 돌싱

첫 글

개똥철학이라도 묻어난다면 성공적인 글쓰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세이라고 하지만 일상 일기에 그치는 수준일 테고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거나 사유를 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 일부를 적어보려고 한다

가끔은 글씨를 잘 쓰기 위해 샤프로 볼펜으로 다이어리에 그날에 일들에 대해 생각을 적어간다 명분은 그렇지만 요즘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아니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글을 끄적인다

아주 간단하게는 평범한 일상을 살고 요즘 평균에 해당하는 시기에 결혼을 하고 결혼한 부부에 10%에 해당하는 이혼을 했다 사유는 간단하게 성격차이다 어느 누구든 그렇듯 나도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이혼에 책임은 쌍방이지만 그 비율을 따지고 싶었고 그 비율에서 나는 작은 책임이 있다 물론 상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나에게 미안하단 말 한번 한 적이 없으니

나는 내가 모든 걸 참아내고 무던하게 살아낼 줄 알았다 결혼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나는 내가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평균이하의 싦을 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들과 다르게 잘 살아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부심이 있었다 참 어려운 상대를 만났던 것 같다 6개월이란 짧은 연애를 마치고 혼전인심으로 결혼을 진행하게 되었다 물론 그전부터 나는 결혼을 이 사람과 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상대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그렇지 않았다 너무 많이 몰랐고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현명하게 대쳐 해나가야 될지 몰랐다 미련하게 참고 참아냈다고 생각했다 상대도 물론 그랬을 거다 법원을 갔다 온 지 1년이 됐지만 여전히 좋지 않은 기억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과연 그때 잘못된 선택들을 한 걸까? 내가 정말 그 사람말대로 이상한 사람이었을까?

이런 생각이 나는 솔로 돌싱 편 신청에 이르렀다 16기에 츨연할뻔했다 하지만 인터뷰만 진행해 보자라는 전화를 나는 조금 생각해 보고 연락드리겠다 하고 하지 않았다 만약 했다면 난 누구였을가 영수? 광수 영호? 안 나가길 잘했단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돌싱의 삶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무난하지도 않다 부모님의 걱정이 더 큰 어른아이가 된다 이혼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에 그 과정을 지켜본 부모님은 더 힘들어하셨으니 말이다 어리지는 않다 35살 반 70세의 삶이니깐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그 어느 중간이랄까?

판사의 싸인이 나고 한 달 뒤 나는 새로운 연애를 했다 놀랍게도 연애를 했다 그것도 10살 어린 친구를 만났다 애걸복걸해서 만난 것도 아니고 협박을 한건 더더욱 아니다 재력으로 꼬신 것도 아니고 그런 재력도 없다

지옥 같은 삶이라 생각했는데 그 사람을 본 순간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마치 나를 구원해 줄 것 같은 천사였다 등산 동호회를 처음 나가고 모임장소에 일찍 나와 사람들을 기다리는데 그 사람이 가장 먼저 나와 나와 둘이 있게 죄었는데 처음 보는 순간 그 사람 주변으로 후광이 보였다 마치 드라마에서 보는 그런 효과처럼 그 사람 몸 주변으로 빛이 나고 그 사람의 목소리가 나를 따뜻하게 해 줬다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문장 그대로 그랬다 그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듯싶다

등산하는 내내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눴고 더더욱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동호회에서 난 가자마자 카밍아웃을 했다 돌싱이라고 서류정리가 완벽히 된 돌싱이라고

모두들 MZ라 그런지 자기랑 상관없는 일이라 그런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고 더 이상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편하게 대해주는 그들이 나는 좋았다 그 사람도 그랬다 그 사람도 나를 편견 없이 좋아해 주었고 따로 만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손을 잡고 서로에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5개월간 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35년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고르라고 하면 난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다 그 사람과의 시간이라고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이라고 잊히지가 않는다 1년이 다되어가는데

우리는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바쁜 직업 중에 하나를 갖고 있었고 그 일을 하기에 잠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내주는 택시비와 호텔비 덕분에 그녀와 데이트는 택시와 내기숙사 호텔 등이었다 나이에 비해 그녀는 할머니취향이었고 나 또한 유행에 둔감한 아저씨였기에 취향이 맞았고 운동과 등산이 취미이기에 우리는 어울리는데 어렵지 않았다 그녀를 보고 있어도 보고 싶었고 뭘 하지 않아도 그녀만 보면 웃음이 나고 행복했다 뭐가 그리 좋았는지 너무 마냥 행복했다

작가의 이전글 호기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