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아프면 누가 치료해 주나?
한 회 사에 출퇴근한 지 10년째가 되어간다. " 어떤 회사는 10년 되면 휴가도 준다던데 "라는 하찮은 비교를 꾸준히 하며 꾸준히 다니고 있다. 10년 전에 과장이었던 분이 부장님이 되고 부장이었던 분이 임원이 되고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데 다들 직급만 바뀌고 그대로다. 이곳은 나름 1조가 넘는 매출액과 수백 명이 다니는 대기업 계열사이다. 여러 사업부가 있지만 그중에서 회사를 먹여 살리는 상당히 든든한 cashcow가 있는 회사이다. 아마 이 사업부만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여기 사업부 임직원들이 잘해서 잘 나가는 건 아니다. 순전히 가족기업에 의해 돌아가는 구조다 보니 영업을 하지 않아도 연구를 하지 않아도 매출액이 매년 늘어나는 희귀 item 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참 운이 좋은 회사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그만큼 고인 물이기도 하다. 공무원소리를 듣고 사니 말이다.
그런데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힘들다고 한다. 직장인 익명해우소 어플인 블라인드에서 보면 요 몇 달 많은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리해 보면
1. 인원감축(퇴사하면 인원충원 없음)
2. 투자 관련 사안, 무조건적인 결재반려
3. 연구소 실적요구
어찌 보면 요즘 같은 시기에 긴축정책 같아 보일 수 있겠지만, 기존과 너무 다른 기조로 회사가 운영되다 보니 많은 이들이 적잖이 당황하고 실무자들인 대리, 과장들의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막연히 이런 일들이 지속되다 보니 "망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망해서 모기업 사업부로 축소되어 합병되는 것을 바라게 된다.
음식이 상하게 되면 곰팡이가 피게 되는데 이는 이미 균이 음식 전체에 퍼지고 피날레의 모습이라고 한다. 곰팡이를 보면 이미 늦은 것이다. 회사도 그러지 않을까 속이 썩어가고 있는데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럴 때 병원에서 치료받듯 회사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컨설팅이 절실한 시기이다. 백만 원조차 쓰기 싫어하는 회사에서 과연 BCG 같은 기업의 컨설팅을 받을까 싶긴 하지만 말이다. 많은 기업들이 보수적이고 긴축정책을 펼친다 하지만, 이 정도면 망해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더 많은 내용을 담을 수는 없지만, 체감되는 수준은 심각하다. 10년을 다녔지만, 점점 복지도 줄어들고 업무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매년 연봉인상률도 2% 내외고 성과급도 줄어들고 있다. 회사 매출은 늘고 특정 임원의 실적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사원 대리도 아는 치료법을 경영층만 모르는 것 같다. 아는데도 모른 척을 하는 것일까? 모르고 싶은 걸까?
소탐대실하고 있다.
이직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10년 차에 의지가 많이 상실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