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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가동 유리몸 Dec 04. 2023

결혼 그리고 이혼

그리고 재혼

33살에 든 생각이 있다 이대로 살다 간 결혼을 늦게 하고 애기도 늦게 갖고 뭐든 다 늦어져서 힘겹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J처럼 사는 나의 계획에는 30살에 결혼하고 32살에 애를 갖는 것이었다 계획은 언제나 계획일 뿐이다 그렇게 계획이 틀어진 채 살다가 소개팅 어플을 깔게 되었다

처음 이 어플을 깔면서 생각한 건 뇌에 성욕이 가득 찼을 때였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하나같이 다 온라인 만남으로 원나잇을 하며 세상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나만 이렇게 청승맞게 사는 게 왠지 모르게 서러워서 확 김에 어플을 설치하게 되었다


“그 어플로 인해 이혼이라는 경험을 하게 될 줄 알았겠는가”


처음 대시를 한 사람과 매칭이 되었고 운이 좋았던 건지 전처도 나를 맘에 들어했다 우리의 나이차이는 7살이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가벼운 만남에 얼마 못 갈 거라 생각했다


연애를 하던 중 우리는 혼전임신을 하게 됐고 사귄 지 1년이 되는 날 결혼을 하게 됐다 하지만 중간에 임신은 유산이 됐다 6주 차에 말이다


책임감이라는 명분으로 결혼을 했고 잘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러고 싶었다 사랑이라 믿었다


모든 게 처음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서툴렀고 해경해나 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아니 점점 꼬여만 갔다

결혼은 이해가 아니라 적응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상대는 그렇지 못했다 끊임없이 나를 다른 이와 비교하며 우리의 결혼생활을 비관하고 괴롭혔다 화가 나면 7~8시간은 화를 내며 나를 몰아세우고 끝내는 항상 이혼을 얘기했다


성격차이라고 하지만 상대가 이런 성격을 갖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연애를 너무 짧게 한 것도 있고 내가 사람을 잘 못 본 게 아닌가 싶다 살아온 환경에서 오는 차이를 좁힐 수 없었고 모든 것이 틀어지면 다시 붙일 수 없을 만큼 멀어져 갔다


덩달아 나에게는 회사생활까지 악재가 겹쳐 회사에서는 상사가 괴롭히고 집에 오면 아내가 괴롭히는 그런 형국이었다 도망갈 곳이 없었다 어떤 것이든 해결해 낼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혼을 얘기하고 1년이 조금 안 되는 결혼생활을 마무리하였다


어쩌면 내 참을성이 부족한 것도 한몫한 것일 수도 있다

이혼 전에 한 번은 엄마에게 울면서 서럽다고 했다 그렇게 엄마는 내 이혼을 인정해 주시고 받아들이셨다


많은 내용들이 빠져서 내 이혼이 마치 허접한 인생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내 이혼을 인정받고자 쓰는 글이 아니니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가끔 문득 지난날들이 떠올라 화가 날 때가 있다 왜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기게 하냐고 하늘에 원망도 한다

이 이혼의 귀책은 있다 함부로 책임감을 내세워 섣부른 판단을 한 내 책임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 자기는 잘못이 없는데 이혼을 당했다고


법원에서도 그 사람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그때 느꼈다 이혼하길 잘했구나


결혼생활 내내 나는 존중받지 못했다 존경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존중받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결혼하고 싶다 그런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올해 초 헤어졌다 아니 갑작스레 이별통보를 받았다 (이내용은 나중에)


나는 결혼을 하고 싶고 아이도 갖고 싶다 이쁜 딸 두 명이 있었으면 한다 힘들더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 나의 삶도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나의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 더 늦기 전에


재혼을 한다면 아마 더 잘 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신기하게도 내손금엔 결혼선이 실제로 2줄이다

기분이 나쁘면서도 신기하다


신중하게 결혼을 생각하고 신속하게 이혼을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신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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