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잘 지냈으면 합니다.
더 잘 지냈으면 합니다. 남들보다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며 분초를 다투듯 사는 그대가 더 잘 지냈으면 합니다.
아프지 말고 힘겨워하지 말고 자신을 더 잘 보잘 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미 나는 많이 잊고 지내고 있을 테니 날 그리워하라는 바램은 의미가 없을 테지만, 그래도 조금은 바라봅니다.
본인의 선택에 대해 항상 잘 한 선택인지 고민하고 앞으로의 삶을 위해 끊임없이 사유하고 고찰하는 당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막힘없이 시간을 쪼개며 해내는 당신을 보며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였고 당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나와는 정말 다른 말 그대로 넘사벽의 사람이라는 걸 매번 만나면서 느끼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나를 만난다고
나를 사랑해 준다고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 당신의 행동, 당신과의 스킨십, 우리의 대화 이 모든 것이 다 사랑스러웠고 행복했습니다.
이런 행복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것도 알았고, 그런 우리의 관계가 끝나면 장담할 수 없었지만,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헤어질 때 당신은 그랬습니다. 나 같은 사람을 아마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르겠다고, 의례 헤어질 때 말하는 당연한 말이었겠지만,
난 그 말을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당신의 말은 항상 진지했고 가감이 없는 진심만이 담겼으니까
우리는 3월에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나는 12월 오늘 헤어짐을 받아들이고 이제야 당신을 마음 편히 그리워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때로는 사무치게 보고 싶은 날도 있을 겁니다. 그런 날이 조금은 줄어들고 마음 편히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한 행복을 준 것에 감사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작년 이혼 후 당신과 첫 연애를 했습니다. 나의 사랑이 얇지 않음을 가볍지 않음을 부정당하기 싫어 이렇게 오랜 시간 당신을 내 맘속에서 붙잡고 있었나 봅니다.
과분한 사랑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에 인정할 수 없어 괴로운 현실에 혼자 남겨지기 싫어 이리도 발버둥을 쳤나 봅니다.
당신의 첫인상은 지옥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나를 구원해 주려고 나타난 천사였습니다. 후광이 비치고 당신의 목소리에 나는 온몸이 따뜻해졌고 편안했습니다.
당신의 입술이 달콤했고 당신의 살결이 한없이 부드러워 한겨울 포근한 이불 속에서 나올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는 우리가 더 빨리 만나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못했던 많은 추억들을 쌓고 싶네요 당신의 웃음소리와 목소리, 미소, 향기 모든 걸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 많은 걸 내어준 당신에게 다시 한번 고맙고 사랑합니다.
나를 많이 잊었겠지만, 어쩌면 다 잊었겠죠 부단히 노력해도 안된다면 시절 인연이었다고 합니다 당신에게는 스치는 인연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운명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 행운과 행복이 넘쳐날 겁니다. 내가 그렇게 되길 하루하루 바랄 것이고, 내 행운이 남았다고 당신에게 가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의 선택에 의심 없이 나아가길 바랍니다. 잘 지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