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bican centre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우연히 티켓이 남은 분께 10파운드를 주고 티켓을 샀다.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18파운드를 줘야 할 줄 알았는데 8파운드나 아꼈으니 좀 설렁설렁 들어도 되는 건가?
순간 아차, 싶다. 내 생각이 이렇게 짧았나.
8파운드 덜 주고 샀다고 이 공연의 가치가 떨어지는가? 100파운드를 주고 산 사람과 10파운드를 주고 산 사람에게 이 공연의 가치는 다른가?
아니다, 가치는 가격과 비례하지 않는다. 가치는 보이지 않는다, 거래될 수도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연봉을 더 받는다고, 몸값이 오른다고 가치가 오르는 건 아니다. 반대로도 마찬가지이다. 한낱 세상의 규칙에 불과한 것에 어떻게 인간의 가치를 매다는가.
연주가 시작되었다.
눈을 감고 들어야 더 잘 보인다
박자와 음이 어느 악기에서 어느 악기로 이동하는지, 어디에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지.
그러다가 어떻게 소리나는 거지 궁금하면 눈을 떠서 확인한다.
한 번씩 땅에서 떨어지는 지휘자의 구두가 절정에 치달았음을 보여준다.
이해하기보다 바라본다에 가깝게 듣는다.
클래식을 들으러 왔는데 현대음악이었구나.
점점 지루하다고 느낀다. 난 현대음악을 모르는 현대인이다. 이 순간 나는 같은 달력을 넘기지만 다른 시대에 살아가는 관중 중 한 명이다.
끝나가나?
눈을 뜨고 박수를 친다.
박수가 희미해져갈 때쯤 영영 사라진 줄 알았던 기억들이 걸음 걸음을 재촉해서 허겁지겁 나에게 달려온다.
음악을 바라보다가 내 기억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