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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재민 Sep 20. 2023

공동체

제가 살던 동네에는 오래된 골목시장이 있습니다. 상가건물이 오래되어, 이젠 상권이 죽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남아있습니다. 그 시장 앞에 오래된 아파트가 있는데 그곳이 제가 살던 집이었습니다. 아파트 1층에는 미용실이 있습니다. 그 미용실 이모님과 저희 모친이 호형호제하는 사이십니다. 저희 동네 미용실은 동네 사람들이 한아름 모여 밥도 먹고 머리도 하며 수다도 떠는 동네 사랑방 격입니다.


이렇게 알고 지내는 사이가 있는가 하면, 교류가 없는 이웃도 많습니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같은 아파트를 살면서도 누가 몇 동 몇 호에 사는지 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오래된 동네입니다.가끔가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시장 언저리에 의자 놓고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때면 저도 다가가 말을 붙이곤 했습니다. 그러나 어디 사시는지, 자제분들은 뭐하시는지 같은 세세한 형편은 물어 볼 수 없었습니다. 같은 동네 살면서도 이웃 간에 경계가 심한 우리네 형편인 것입니다.


'응답하라 1988'과 같은 드라마 시리즈가 크게 히트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랬던데는 이웃간에 가족 같던 그때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응답하라 1988>과 같은 공동체를 꿈꿉니다.요즘 같이 물가가 치솟고,공공부조가 허물어지는 때는 골목 공동체가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우리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해체되어가는 공동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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