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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재민 Sep 20. 2023

지극히 낮은 곳에서

작년 9월,포항시니어클럽에서 사회복지현장실습을 했습니다.거진 한달이 넘는 현장 실습 중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시니어클럽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야했습니다.저를 포함한 실습생들이 기관의 지하 강당에서 자리를 세팅해놓으면, 시간 맟춰 오시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만족도 조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지요.


찾아오신 어르신들 중에는 만족도 조사(설문)에 답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대다수였습니다.처음엔 설문지가 낯설어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업무가 무르익어 갈수록 귀가 잘 안들리셔서,글을 읽고 쓸줄 모르셔서 그러셨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어르신들 세대가 문맹률이 높다는 걸 머리로 알기만 했지,실제로 접해보는건 처음이었습니다.설문에 답하지 못하는 어르신 한분한분을 붙잡고 설문항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드리고 또 설명드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르신들의 세세한 생활이라든가 일과중의 희노애락을 듣기도 했습니다.어르신들은 어느 한사람 빠짐없이 "일할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일하기 싫어 탱자탱자 놀기만 했던 내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의 만족도를 조사하기전에 간식으로 콩떡과 생수를 나눠드렸습니다.어르신 한분한분의 주름진 손을 맞잡아 가며 "어르신 이건 댁에 가셔서 드세요"말씀드릴 때 마다,어르신들은 "아이구 뭐 이런걸 다 주고.. 고마워요"하셨습니다. 이때 어르신들이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할줄 아는, 여린 마음씨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아는게 없어도,글을 읽고 쓸줄 몰라도,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작은 것에 만족하고, 감동할줄 아는 어르신들을 보며 나 자신이 많이도 부끄러웠습니다.


실습을 끝 마치고 인턴으로 일하는 요즘 ,어르신들과 지지고 볶으며,나누고 보태며 사는 삶이 성공한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아니, 모두들 남들이 우러러보는 분야의 정상에 올라,괴물같은 능력을 뽐내고 사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 하겠지만,저 같은 범부는 '이런 삶' 도 괜찮은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지극히 낮은 곳에서,투명인간들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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