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결정과 나의 신념 사이에서
글을 올린 뒤로 며칠이 지났다. <대중정당 정의당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은 내리지않고 그대로 뒀다. "민주당 가라"는 반박글도 있었지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라는 응원도 있었다.
그 와중에 중앙당에서 공지가 내려왔다. 차별금지법제정운동에 참여해줄 것을 부탁하는 공지였다. 수도권에서는 정의당과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국회에 국민동의청원을 넣고 연서명 운동을 벌였다. 이것이 지침이 되어 각 지역위원회로 내려왔다. 중앙당의 공지에 따라 본당(정의당) 포항시위원회도 이 운동에 동참한다는 공지역시 내려왔다.
나는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이 썩 달갑지 않았다.
물론 법안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장혜영의원, 류호정의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당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잘 모르면서 비판만 일삼는 놈'으로 이미 찍혀있던 터였다. 내 입장에서는 '잘 모르는 새내기'라는 프레임이 긁힐만한 일이긴 했지만...비판을 자주한 것은 사실이니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런와중에 중앙에서 다시 '공지'를 내린 것이다. '너가 뭐라하든 우리는 우리쪼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돌려받은 셈이다. 두 청년의원께서 직접 반박할만한 입지를 가진 놈도 아니었고, 반박하려들면 나의 영향력만 높여주는 셈이니 그럴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로 다가왔다.어느정도 감안하고 지른 비판이긴 했지만, 씁쓸했다.
한편으로는 당장 시급한 의제가 차별금지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의당이 진보진영의 맹주(?) 형님정당(?)같은 입지를 가지고 있을때 정당법개정이나 선거제도개혁처럼 정의당의 존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의제들이 즐비한데, 굳이 이 카드를 그 시점에 꺼낼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어쩔도리가 없었다. 이미 정당조직 안에서 영향력을 잃은 상황이었다. 이에 삐져, 활동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로 '조직을 부정하는 자'가 될 터였다. 울며겨자먹기로 포항시위원회와 함께 피켓을 들고 포항시내 한복판에 섰다.
사실 피켓팅과 같은 홍보활동은 선거운동에서 모셨던 어른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많이 접해봤던 터라 큰어려움은 없었다. 담당자께서 광고사에서 출력해 온 피켓을 받아들고 서 있으면 그게 전부였다.
이날 받은 피켓에는 "차별금지법 제정하자!"라며 결의에 찬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피켓을 20분 정도 들고서있으니 지역언론기자들께서 하나둘 다가와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어갔다. 그중에는 나를 지도해주시던 어른, 이제는 기자로 활동중인 분도 계셨다.
우리가 시위중인 자리옆에는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서명운동을 하며 전단지를 나눠주는 중이었다. 장애인 탈시설조례제정 서명운동을 할 때 곁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시위를 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현장시위 중에 종종 그들과도 눈인사를 하며 호흡을 맞췄다.
피켓을 들고 서서 생각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동료들께선 옆에서 열정적으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동료들과 나는 자발적으로 그자리에 섰다.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 문제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동료들은 자신의 '진심'을 힘껏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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