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레보스키> 코엔 형제 1998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 지위나 돈, 명예와 무관하게 세상의 주인공 같은 사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하게 사람들이 그 사람을 따르고 이상하게 매력적이라 옆에 붙어있고 싶은 사람. 이 영화의 듀드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겉모습은 추례하고 말투는 껄렁하며 돈도 없고 마땅한 직업도 없지만 존재만으로도 재밌고 유쾌하다. 코엔 형제는 많은 영화에서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인물상을 그려왔다. 그 인물들은 하나같이 눈길이 가고 입체적이지만 듀드라는 캐릭터는 그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쿨하고 가장 유쾌하고 바보같은 캐릭터일 것 이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날라리같고 흐물흐물한 풍선 같은 모습이 보이지만 그 모습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레보스키, 자칭 듀드는 볼링 치는 게 삶의 낙인 인물이다. 사건은 집에 가던 듀드를 갑자기 공격한 괴한들이 듀드가 제일 아끼는 카펫에 오줌을 싸면서 시작된다. 이 대목에서부터 영화의 독특한 사건 진행이 보인다. 영화 속 사건들은 대개 급박하고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이 진행방식이 갑작스럽다 느낄 관객들을 위해 코엔 형제는 그전 사건을 통해 마치 소설에서 '그런데...' 라며 다음 이야기를 암시하듯 은은한 떡밥과 듀드와 친구들의 행동에 여지를 남겨두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듀드가 카펫에 오줌을 싼 괴한들이 온 원인이 부자 레보스키라는 것을 알게된 후 그를 찾아간 다음 일어나는 일들은 속된말로 정말 엿같은 일들이다. 주먹으로 맞고 약물로 강제적으로 취하게 되고 미덥잖던 친구는 골프채로 모르는 사람의 차 유리를 박살내버린다. 영화는 이 바보같고 엿같은 상황을 듀드라는 캐릭터의 성격과 유머러스한 개그코드로 불쾌하기 보다는 유쾌하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듀드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바보 같고 고집스럽다. 가장 가까운 친구 월터는 베트남 참전 용사인데 무슨 말마다 베트남 이야기를 하고 우악스러우며 급진적이다. 그의 다른 친구 도니는 쫄보에 눈치가 없고 주변에서 특별히 놀림받고 무시당하는 캐릭터의 전형이다. 듀드에게 레보스키의 아내가 훔쳐간 돈을 되찾아 달라고 하는 레보스키의 딸 머드는 발가벗고 물감을 뿌리며 그림을 그리는 페미니스트 행위 예술가이다. 이상하고 독특한 사람들이 듀드의 주변을 머물며 그에게 작던 크던 영향을 받는다. 반면에 듀드는 주위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일들을 화이트 러시안과 함께 넘겨버린다.
이 영화는 컬트 영화의 교과서라고 할 정도로 많은 매력 요소를 갖추고 있다. 유쾌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 내면에 담겨 있는 이 영화의 사회 비판적 이야기, 사회 속 다양한 인간 군상과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소 어이없는 사건 등 마냥 웃기 어려운 소재들을 가지고 코엔 형제는 2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깔깔 웃게 만들어주고 있다.
영화라는 매체를 좋아하게 된 것에 기쁨을 느낄때가 이런 작품을 볼때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감독이 보여주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큰 부담없이 바라볼 수 있다는 점, 이것이 영화를 보는 이유이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한줄 평 : 미치게 혼란스러움에도 사랑하는 영화가 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