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5월 29일

-토끼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준다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5월 29일 (토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심부름

일어난 시각 : 오전 7시


학교에는 토끼가 참 많다. 토끼 새끼도 있고 나는 토끼가 예뻐가지고 새끼 한 마리 가지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토끼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준다고.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국민학교 때 학교에 토끼장이 있었다는 걸 일기를 읽다가 기억이 났다.

열 살이었던 나는 학교에 등하교를 할 때 토끼장으로 향하곤 했다.

오물오물 거리며 먹는 모습이 귀여워서 바닥에 떨어진 이파리를 토끼 입에 갖다 대곤 했다.

아기 토끼들이 깡충거리면 너무 귀여워서 한 마리 갖고 싶은 맘이 들곤 했다.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던 날

학교 담장 밑에서 병아리를 파는 어른들이 있었다.

병아리를 사지 말라고 엄마랑 선생님께서 당부해도

삐약삐약 거리는 주둥이와 까만 눈동자

한 손에 담기는 노랗고 작은 몸뚱이를 보는 순간

마법에 걸린든 호주머니에 주먹을 넣고는 동전을 만지작 거리다가

큰 결심을 하고는 손가락을 뻗으며 말한다.


"요기 있는 얘로 주세요. "


하얀 봉투에 담긴 병아리를 집까지 조심스럽게 들고 와서

방안에 내려놓으면

삐약삐약 하며 휘젓고 다니는 작은 병아리가 너무나 귀여웠다.


신문지를 깔아주고

상자에 넣어놓으면

푸드덕푸드덕 나오고 싶어서


삐약삐약 애쓰는 소리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서 꺼내어 놓고

병아리를 쫓아가기도 하고

이리 오라고 손뼉을 치기도 한다.


그날밤

어김없이 엄마한테 혼이 나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시는 안 사 온다고 약속을 한다.


학교에 가면 귓가에 병아리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귀여운 병아리 생각에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거의 뛰다시피 했다.

그러나 행복도 잠깐

모이도 안 먹고 계속 졸고 눈을 자꾸 감기만 하던 병아리에게

어김없이 죽음이 찾아온다.

병아리의 죽음을 보며 울고불고 난리 치는 나와 동생에게

엄마는 신문지를 가져오셔서 고이 싼 다음 뒷산에 묻어주러 가자고 하신다.

묻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훔치며

다시는 사지말자 약속하고 다짐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병아리가 잊힐만할 때

친구네 병아리는 중닭이 되고 어른닭이 되도록 죽지를 않았다.

가끔 그렇게 살아남는 생명도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도 끝이 있었으니


어느 날 친구집에 닭이 보이지 않아서 물어보니


다 자란 닭을 가족들이 삶아 먹었다고 했다.


그 순간은 충격이었지만

그 당시는 먹기 위해 닭을 키우기도 했으니

그냥

그러려니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