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과유불급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6월 7일 월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동생

일어난 시각 : 오전 7시


우리 집에는 인형이 참 많다. 그래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엄마께서는 소꿉장난 같은 것은 잊어버리지 말고 잘 가지고 놀으라는 엄마의 말씀에 나는 잊어버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욕심.

대부분의 불만족은 욕심으로 인한 것들이 많다.

있는 것에 만족 못하고 더 갖고 싶어 한다.


인형이 많았음에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는 인형들을 학생 삼아 친구 삼아 학교놀이와 소꿉놀이를 했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간수하는 법도 열 살은 배웠으리라.


오늘은 영화를 본 후 이마트 쇼핑을 하였다.

아이들 장난감을 파는 곳에는 레고와 각종 캐릭터 인형들이 많았다.


남편은 군대 다닐 때 몰았다던 군용차 모형에 관심을 보였고

나는 어릴 때 갖고 싶었던 바비인형, 인형의 집 등에 관심을 보였다.


"당신 어릴 때 이런 거 갖고 싶었지?


"응, 그랬지."


"갖고 싶은 거 있으면 하나 사."


"정말?"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읽어준 남편의 마음이 고마웠다.

같이 구경하다가 맘에 드는 인형을 발견했다.


"이거 이쁘다."


가격을 본 순간 조그마한 인형이 4만 원을 훌쩍 넘긴다.


"보는 눈은 있네."


남편이 흠칫 놀라며 말한다.


"그러게 좀 비싸다. 내가 보는 눈은 있네 ㅎ ㅎ."


그렇게 둘 다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아이쇼핑을 즐기다 나왔다.


어릴 때는 그렇게도 갖고 싶은 것이 많았다.

부잣집 아이들이 갖고 노는 팔다리 관절이 구부러지는 마론인형이 그렇게도 갖고 싶었는데

이젠 사준다해도, 가질 수 있는 나이가 됐음에도 갖고 싶지가 않게 되었다.


누군가는 운동화에 대한 결핍으로 신발을 그렇게 사고

누군가는 옷에 대한 결핍으로 옷들을 그렇게 사 모은다는데


나는 어떤 것을 모아 왔나 생각해 본다.

이 일기장들을 모았고

여러 글들과 메모들을 모았고

책들을 모았다.


어느 순간

버리기 힘들었던 오래된 책들도 버리고

메모노트들도 버렸다

내가 너무 소유하려 했던 건 아닌지

때론 욕심이었는지

그것으로 내 결핍이 채워졌는지

또는 욕심으로 근심을 불렀는지

잘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