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펌프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6월 11일 금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없음

일어난 시각 : 오전 7시 30분


동생하고 같이 물놀이를 하였다. 게임잔치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은 게임하는 것이 참 많았다. 그리고 그 책은 수영장에서 하는 게 아주 많다. 나도 수영장에 가서 게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내 어릴 적 세 들어 살던 곳엔 공동으로 사용하는 펌프가 마당 중앙에 있었다.

주황색 플라스틱 바가지에 마중물을 담아 펌프에 한 바가지 쏟아부은 후

기다란 손잡이 위에 양손을 위아래로 쥐고는 몸무게를 싣고

시소를 타듯 위아래로 여러 번 경쾌한 펌프질을 하면

삐그덕 삐그덕 쇳소리만 나며 물이 올라올 기미가 없던 펌프가

어느 순간 지하수 물이 점점 차오르더니

아빠 팔뚝만 한 펌프 주둥이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곤 했다.


커다란 고무다라에 물을 채운 후 그 물을 담아 물총놀이를 했을까.

아니면 고무다라에 물을 담아 우산으로 파라솔을 만든 후 수영장 놀이를 했을까.


어릴 적 펌프물에서는 비릿한 쇠냄새가 났었고

나는 다라에 물이 없으면 좋아라 하며 펌프질을 하여 물을 가득 채워놓곤 했었다.


그땐 그게 고생이 아니고 재미였었다.

어렸기 때문이겠지. 철이 없어서.


엄마는 그런 환경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셨고

더위에 지쳐 퇴근한 아빠의 등목을 해주시곤 하셨다.

부모님은 그때 고생이라고 생각하셨을까.

내 생각엔 젊으셨기에 고생이라고 생각지 않으셨을 거 같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이 딸이 다시 태어나도 아빠랑 결혼할 거냐는 질문에

엄마도 젊은 시절에 영화같이 빛나는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던 것처럼.


내 어릴 적 수영장은 어린이대공원 수영장밖에 기억에 안 난다.

가족과 함께했던 수영장에서의 추억이 떠오르는 날이다.

지구 온난화와는 거리가 먼 시절 같아 보였는데

이때도 오늘처럼 덥긴 했나 보다.



고무대야를 그때의 느낌을 살려 고무다라 라고 썼답니다.

펌프는 그 당시 뻠쁘라고 말했지만 펌프라고 썼어요.

네이버 검색에 옛날 펌프를 치니 여러 이미지가 나오고 쿠팡에도 파네요.^^


사진출처 : 네이버검색 이미지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