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은 그만!
서기 1982년 6월 16일 수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없음
일어난 시각 : 오전 7시
미술시간에 미술을 하였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나뭇잎은 그만 나오랬다. 왜 나뭇잎을 그만 나오라고 했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골판지는 조금 가지고 와서 미술을 못했다. 제일 하고 싶은 미술인데 못했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이 하는 거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다음 미술시간에는 꼭 다 만들 거라고.
-찍어낼 때 나뭇잎보다 골판지가 더 잘 되기 때문에 그랬단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판화 수업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나뭇잎을 주워와서 꾸민 후 잉크를 그 위에 문질러서 찍어내기.
또는 골판지를 나뭇잎모양을 만들어서 찍어내기였다.
나뭇잎은 얇아서 잘 안 찍혔던 거 같고
골판지는 두께가 있기에 잉크를 묻혔을 때 잘 찍혔던 거 같다.
잘 안 찍힌다 해도
나뭇잎은 그만 나오라고 했을 때 제일 하고 싶은 미술을 못하게 되자
내 입장에서는 서운했을 거 같고 그래서 속상한 마음을 일기에 쓰자 선생님이 답변해 주셨고
그 답변을 읽으며 나는 기분이 풀렸을 것이다.
그 당시 골판지 가져간 거는 엄마의 화장품 속포장재로 들어있던 것과 샤브레 과자 포장재로 들어있던 게 전부여서 미술 꾸미기를 할 때 골판지 재료가 부족하여 나뭇잎을 붙였던 거 같다.
지금생각해 보니
선생님 혼자 60명이 넘는 아이들 미술 수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벅차셨을까 싶다.
일일이 잉크를 묻혀주는 일이 힘들고 정신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왜 그만 나와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줄 틈도 없었고
그래서 지켜만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듬어줄 시간도 부족했을 테고
그럴 때 상처받는 아동은 상처받는 대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싸매지 않았을까.
일기장이 있어서
선생님과 이런 대화를 할 수 있음이 좋았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