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서기 1982년 6월 22일 화요일 날씨 비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심부름
일어난 시각 : 오전 6시 15분
그림을 그렸다. 도화지에 내 동생을 그렸다. 다 그리고 나서 내 동생을 보여주니까 내가 뭐 이렇게 생겼어하며 다시 그리랬다. 내가 애써서 그린 것을 밉다고 다시 그리랬다. 나는 화가 났다. 동생과 막 싸우다가 국어책에 있는 어깨동무를 생각했다. 나는 동생한테 사과했더니 내 동생도 사과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동생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노는 게 좋다고 …….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동생얼굴을 그리고
동생과 싸우고
어깨동무를 생각하고
동생과 화해하고
먼저 사과하자
동생도 사과하고
해피한 결말
아름다운 우애
어른들도 이러했으면
이해타산 생각 말고
저 주는 게 이기는 거라며
어른들이 가르치고는
이기는 게 이기는 거라며
반대로 행동하는 어른들
순수는 사라지고
이기적 노련함만이 남은
익어가는 몸뚱이 속에
늙은 여우가 몇 마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