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손이 누구의 것입니까?

by 푸른 잎사귀

봄이 되자 농부는 소중히 간직한 씨앗을 꺼내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지난겨울은 유독 추웠습니다.

눈이 무릎까지 쌓이고 길은 자주 빙판길이 되었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불고 방바닥의 온기는 금방 식었습니다.

얼굴까지 덮어쓴 솜이불도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습니다.

자연만물은 꽁꽁 얼어 어떠한 움직임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럴수록 희망을 풀어보듯 정성 들여 모아놓은 종자씨앗을 보며 배고픔도 견뎠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올 것 같지 않은 봄이 왔습니다.

조금은 써늘했지만 두꺼운 솜이불과는 후련한 안녕을 하였고

얼어 붓은 마음은 개울물이 녹고 버들강아지가 피어나듯 스르르 풀렸습니다.


언 땅을 일구고

정성 들여 씨앗을 심고

허리 필 시간도 없이 일을 하며

싹이 나길 기다립니다.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고

지주대를 세우고

벌레를 잡고


농부의 땀방울이 빨간 셔츠 위로 떨어져 핏빛처럼 스며듭니다.

농부는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에게 깊게 파인 주름을 선물로 받았고

삼복더위에 지친 목마름이 검버섯처럼 번지는 걸 견디었고

장마와 태풍으로 뽑히고 부러지고 쓰러진 농작물을 볼 때마다 자신의 허리와 다리가 욱신거리며 쑤시는 것 같은 고통을 참아내었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안간힘을 쓰며 자식 같은 농작물들을 보살피고 살려냅니다.

온갖 시련 속에서도 살아난 농작물들은 따가운 가을 햇볕 속에 탱글탱글 여물어 가고 토실토실 살이 오릅니다. 그러나 추수 때가 다가올수록 근심이 생겼습니다.


고라니

까치

두더지

멧돼지

각종 들짐승들이 자식 같은 농작물들을 먹거나 파헤칩니다.


되겠다고 마음먹은 농부는

더 튼튼히 망을 치고

허수아비를 세우고

쫓는 소리를 틀어놓고

최신식 장비를 동원하여

끝까지 지켜냅니다.

이제야 농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이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길가 쪽으로 뻗어나간 가지에 달린

고추며, 호박이며, 오이와 옥수수를 사람들이 따가기 시작합니다.

매일 조금씩 하나씩 두 개씩 사라집니다.


아~ 짐승들보다도 양심 없는 사람들이 더 문제로구나!


농부는 어릴 적 읽었던 오성과 한음의 일화 중 감나무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양심 없는 자들에게 내 것을 빼앗기지 않도록

농부는 더 열심을 내어 빈틈없이 망을 치고

자식 같은 생명들을 보호하려고 애를 씁니다.


이 손이 누구의 것입니까?


오성의 외침이 생각나는 추수 전 날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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