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기회는 또 있어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8월 17일 화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없음

일어난 시각 : 오전 6시 40분


오늘은 꼭 선생님께 편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동생도 선생님께 편지를 보낼라고 했는데 몇 번지하고 몇 호를 선생님이 안 가르쳐줘서 못썼다. 그러나 나는 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었다. 내 동생은 안 됐지만 나중에 기회가 많으니까 그때 써 보내라고 말했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개학이 며칠 안 남았는데 이제야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열 살.

근데 동생 선생님은 왜 번지와 호를 안 가르쳐주셨을까.

가르쳐 주셨는데 동생이 안 적은 것일까.

일 학년이던 내 동생은 많이 아쉬웠겠다.


너는 아직 일 학년이고 나는 삼 학년이니

너는 나보다 기회가 많아

그러니 아쉽지만 다음에 써서 보내~라고 달래고는

나는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었겠지.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순간부터

답장을 기다리게 되는 열 살.


손 편지

우체통

번지


참으로 정다운 단어들이다.


지금도 길을 걸으면

우체통이 보이곤 한다.

그런데

편지를 넣는 모습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공중전화가 있기는 하지만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서 전화 거는 모습도 거의 못 보았다.


예전에

삐삐를 사용했을 시절에 강남역에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갔었다.

삐삐로 8255가 찍히거나 2626이 찍히면

약속한 장소로 가던지

아니면 공중전화로 전화를 해야 했다.


통화를 하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에 줄 서있기가 싫어서

집에서 사용하는 시티폰을 들고나간 적이 있다.

주파수가 터지는 곳을 옮겨가며 공짜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사장님들은 커다란

모토로라 핸드폰을 들고 다니던 시절에

시티폰도 나름 괜찮았던 그 시절의 낭만과 추억이 생각난다.


지금 제 얘기 이해 안 되시는 분들은 젊은 분들이고

이해되시는 분들은 제 나이랑 비슷하겠죠.


오늘 하루도 모두 애쓰셨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