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31일

-사우디에서 사 온 선물의 가치를 알기에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8월 30일 월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방청소

일어난 시각 : 오전 6시 30분


작은 아버지가 싸우디에서 오셨다. 우리 집에 오셨다. 색연필 36개 있는 것을 가지고 오셨다. 내 동생은 지겠은 안 준다고 삐졌다. 나는 내 색연필을 동생 가지라고 주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만일 색연필을 안 주셨다면 예쁘게 색칠을 하지 못하겠다고.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내가 받은 36색 색연필을 동생에게 주어서 속상했을 텐데

열 살은 속상한 걸 생각하기보다

36색 색연필을 선물로 받지 않았다면

예쁘게 색을 칠 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누가 갖든 무슨 상관이랴.


동생에게 주었다한들

니께 내 것이고 내게 네 것인 가족관계에서는

굳이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것보다 양보가 미덕임을 알았던 것 같다.


작은 아버지께서 힘들게 싸우디에서 일하시며 사 오신 색연필의 가치를 알았던 거겠지.

그런 작은 아버지 앞에서 하나밖에 안 사 온 색연필로 서로 싸우는 모습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겠지.

작은 아버지도 풍성하게 선물을 사 오고 싶으셨겠지.

그러나 아버지는 칠 형제가 아니신가.

열 살의 마음 씀씀이가 어쩜 이리도 넓고 지혜로울까.


요즘은 일기를 읽으며 나에게 지금 있는 모습이

이때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깜짝깜짝 놀란다.

비록 열 살이지만 세상을 알만한 나이가 맞고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가 맞다.





서기 1982년 8월 31일 화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없음

일어난 시각 : 오전 6시


오늘은 8월의 마지막 날이다.

이제 방학이 끝났으니까 보람 있는 학교 생활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전에 뒤떨어진 산수를 열심히 공부할 거라고 생각했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산수.

글 쓰는 사람들의 비슷한 공통점.

수학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

나 역시......


스스로 뒤떨어졌다고 생각을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으나.

결과적으론 ㅋ

아직도 수학하고는 친하지 않네요.




오늘로써 8월의 일기도 끝이 났습니다.

지난밤 천둥과 번개가 요란한 비가 많이 내렸었는데 밤새 안녕하셨는지요?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

서정주 시인의 국화옆에서가 떠오르는 9월이 곧 시작되네요.

9월엔 어떤 이야기꽃들이 피어날지.

그리고 그 이야기꽃들이 피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울고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도 조이던

먼 어린 시절의 뒤안길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지 기대가 되네요.


찾아와 주셔서 구독해 주신 작가님들

라이킷과 귀한 댓글로 제 브런치를 빛나게 만들어 주신

모든 작가님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남은 하루 잘 보내시고

9월 첫날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