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알뜰한 우리 엄마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9월 1일 수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없음

일어난 시각 : 오전 6시


엄마가 신발을 사준 데면서 안 사주셨다. 그것은 아직 신이 멀정해서 그런 거다. 우리 엄마는 돈 한 푼도 아껴 쓰는 좋은 분이다. 다른 엄마는 돈을 함부로 쓰는데 우리 엄마는 돈 한 푼이라도 아껴 쓰는 알뜰한 엄마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다른 엄마는 돈을 함부로 쓰는데

우리 엄마는 돈 한 푼이라도 아껴 쓰는

좋은 분이며 알뜰한 엄마라는 표현 속에

왜 나는 살짝은 서운함이 느껴질까.ㅎ


신발이 멀쩡하면 사준다고 안 했을 텐데

신발을 사준다고 했다면

그건 신발을 사줄 만해서였을 텐데


아마도

추석 때쯤 사주시려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운동화 하나 사면

밑창이 떨어질 때까지

또는 이음새가

다 터질 때까지 신었었다.


명절이 되거나

생일날이거나

특별한 날이어야

새신을 살 수 있었다.


새신을 사주면 바로 안 신고

머리맡에 고이고이 모셔두고

잠을 자곤 했다.


때가 탈까 봐

집에서 신고 벗고 하다가

밖에 나갈 때 신으면

기분이 날아갈거같았다.


나이키가 최고급 신발로 유행할 때

프로스펙스만 신어도 부자였다.

그나마도 비싸서 못 사는 경우에는

보통 월드컵 정도만 신어도 좋았다.


시장에서 짝퉁 운동화를 사서 신으면

처음엔 그럴듯하지만

신은 지 얼마 안 되어 가짜 가죽이 갈라지고

바느질이 터지곤 하였었다.

그래도 새운동화는 언제나

행복 그 자체였다.


요즘 일기에서 열 살은

가정경제, 돈, 절약, 저축

이런 데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이제 철이 들면서

조금씩 다른 집들과 비교가 되기 시작하는 건가.


어려운 형편에

자식 셋을 길러내신

부모님 생각을 하면

항상 코끝이 시큰해진다.


오늘이 9월의 첫날인데

그때는 맑았지만

지금은 가을비가 내린다.


습하고 눅눅한 기운이

내 마음에

천천히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