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떡 하나 주면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9월 8일 수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없음

일어난 시각 : 오전 6시


오늘이 우리 옆집 할아버지 생신이다. 선생님께 떡을 갖다 드릴랬는데 떡을 안 주고 사탕 하나씩 주면서 먹으랬다. 우리 엄마도 도와줬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 떡을 주셨다. 나는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우리 엄마는 마음씨가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가 남의 일을 도와주니까.


-엄마 닮아서 혜원이도 마음씨가 곱구나.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30분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떡하나 주면 그냥 먹지

선생님 갖다 주려는 생각을 왜 했을까?


선생님이 우리 집보다 잘 사셨을 테고

산떡도 아니고, 친할아버지나 외할아버지 생신도 아니고

옆집 할아버지 생신 때 얻은 떡을 갖다 드릴 생각을 했다는 게 놀랍다.

이때도 오지랖이 넓었었나? ㅎ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떡을 주면

선생님께 갖다드릴려던 열 살의 계획은

사탕 한 개 받아온 걸로 무산되었고


학교수업 마치도록 이어진 잔치를 도운 엄마의 품값은

저녁이 되어서야 떡으로 돌아왔다.


나 때는

이웃집 잔치가

우리 집 잔치처럼 신이 났고

동네 사람들이랑 음식도 나누어먹고

손이 모자랄까 봐 대가를 바라지 않고 가서 돕곤 했던 건 같다.


동생들은 맛있는 떡을 먹는 것만으로 좋았을지 모르지만

나는

엄마가 도와준

그 힘든 노동으로

우리가 떡을 먹었다는 걸 알았던 것 같고


아무 대가 없이 일을 도와준 엄마의 마음씨가 곱단 걸 알았던 것 같다.


세월도 무심하시지

이젠 노쇠하시어

집안 일 하시기도 힘드신 울 엄마.


떡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딸들이 엄마의 떡을 사드린다.


울 엄마 별명은 떡순이(사실 떡보인데 미화시킴~^^)

인절미를 좋아하시고


집에서도 뚝딱

잘 만들어 드신다.


엄마 닮아서 나도

떡을 좋아하고

가끔 엄마 생각이 나면

엄마가 준 재료들로

떡을 만들어먹곤 한다.


추석이 다가온다.


쌀가루 있는 걸로

이른 송편이나 빚어볼까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