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철이 든다는 건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9월 9일 목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없음

일어난 시각 : 오전 6시 35분


나도 이제 다 컸으니까 밥 지어먹고 하는데 나는 더 철이 들어야지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집에 오면 손을 씻고 밥을 먹는다. 집에 오면 학교하고 달르다. 학교에서는 내 짝꿍이 있어서 시끄러워서 공부를 못하겠다. 그런데 집에 오니까 조용하다. 나는 학교와 집이 다른 까닭을 알았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열 살이 생각한 학교와 집의 다른 점은?

학교는 짝꿍이 시끄럽게 해서 공부를 못한다이고

집은 조용해서 공부하기 좋다이다.


열 살은 철이 들면 밥을 지어먹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직 밥을 못 지어먹으니 철이 더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철을 운운하는 열 살에게

오십이 넘어도 철이 드는 건 어렵다고 말해주고 싶다.


철이 들면 죽을 때가 가까웠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이 철이 든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겉모습만 늙어갈 뿐

마음은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상처도 많이 받고 서운한 것도 많아지고

눈물도 많아지고 별거 아닌데 토라지고 화도 나고

작은 것에 기뻐하고 신이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도 부모님 눈엔 여전히 철부지 어린아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