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16일

-지금은 일월화수목

by 푸른 잎사귀

한참 있으니까 내 짝꿍도 오고 많이 왔다. 내가 너무 빨리 와서 수고하는 것보다 시간을 맞추어서 가야겠다.



11일 일기의 끝이 궁금하셨지요?

열 살은 학교에 빨리 와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 수고를 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맞춰서 가야겠다는 걸 깨달았네요.


정해진 시간에 가야 하는 효율성을 배운 걸까요?


오늘도 하나 배우고 성장하는 열 살처럼,

그 열 살의 행동을 보고 저 또한 하나를 배워갑니다.





10월 12일 화요일 (맑음)


오늘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숙제를 하고 있었다. 나는 동화책을 읽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동화책이 없다. 위인전 같은 것만 있다. 나는 책을 읽었다. 읽기가 싫었다. 그래도 조금조금씩 읽었더니 재미가 있었다. 나는 많이 많이 읽었다. 참 재미있었다.


위인전 같은 것만 있었다는 건

글밥이 작고 내용도 어렵고 책내용이 많은 두꺼운 책을 말하는 것 같다.

열 살이면 동화책을 좋아할 나이인데 동화책이 집에 없었다니.... 왜 없었을까?


위인전이 재미없고 지루하고 딱딱해서 안 읽을 수도 있을 텐데

열 살은 조금씩 조금씩 읽어보았다.

읽다 보니 재미를 느꼈다.


오십이 넘은 지금도 책편식을 한다.

문학책은 좋아하는데 과학, 사회, 경제 등의 책은 잘 안 읽게 된다.

골고루 읽으려 하는데 잘 안된다.


열 살처럼 조금씩 조금씩 읽어서 재미를 느껴야겠다.


오늘도 열 살에게 배워간다. 고마워 열 살.


작가님들은 책편식 안 하는 비법 있으신가요?





10월 13일 수요일 날씨 (맑음)


동생과 같이 놀이터에 갔다. 내 동생 친구랑 같이 가서 놀았다. 혜미도 갔다. 혜미가 가니까 마음대로 놀 수가 없었다. 미끄럼틀 탈적에도 내가 엎고 내려가야 하니 참 힘들었다. 내일 놀이터에 올 적에는 혜미를 안 데리고 올 거다.


나, 혜주, 혜주친구만 놀이터에 가서 놀았으면 정말 재미있었을 텐데......

막내를 데리고 가니까 마음대로 놀 수가 없었던 열 살.

주와 혜주친구는 둘이서 재미있게 놀았을 테지만

제일 큰언니인 내 입장에서는 혜미를 모른 척할 수 없었을 테고

미끄럼틀을 탈 때도 엎고 내려가야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열 살도 아이인데 세 살을 케어하고 있는 짠한 모습이 아른거린다.

맏이가 자라는 환경은 양보와 배려와 이해와 손해 보는 것을 자연스레 배워가는 것 같다.

동생이 성가셔도 동생을 나 몰라라 할 수 없기에 참는 법과 책임감을 먼저 배우는 것 같다.


그래서인가

엄마는 늘 '형만 한 아우 없다'라고 한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동생이 언니 같을 때가 많다.

어릴 때 부리지 못한 어리광을 나이 들어 부리게 되는 것 같고

고집도 점점 세지고 양보도 안 하려 하는 것 같다. ㅎㅎ


점점 이기적이 되지 않도록

날마다 나의 행동을 다시 돌아보고 있다.






10월 14일 목요일 (날씨 : 맑음)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했다. 내가 운동을 다 한 다음 내 동생을 깨웠다. 내 동생은 그냥 잠만 잤다. 나는 큰소리로 혜주야 하니까 막냇동생까지 깼다. 엄마께서 야단을 치셨다. 나는 혜주 때문에 그랬다니까 둘 다 똑같댔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일어나지 않고 자는 둘째

일어나라 큰소리치는 첫째

그 소리 듣고 잠에서 깬 셋째

엄마는 첫째나 둘째나

둘 다 똑같데요.


그런데 그때 열 살은 잠이 없었나?

11일에는 학교에도 일찍 가고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했고

운동을 다했는데도 둘째가 계속 자고 있으니 깨우려고 큰소리로 동생 이름을 불렀고

큰소리 때문에 막내가 깼고 그것 때문에 엄마한테 야단을 맞았다. ㅎㅎ


열 살은 왜 조용히 둘째를 안 깨웠을까?

아니다. 조용히 깨웠는데 안 일어나서 큰소리로 깨운거리라.

깨워야 한다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자고 있는 막내는 생각하지 못했다.

열 살은 또 배웠다.

어떤 행동을 할 때는 주변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걸.



10월 15일 금요일 맑음


학교에서 집에 와보니 혜주와 혜주친구가 있었다. 혜미는 혜주친구가 공부하는 데를 들어갈라고 그래서 나는 그냥 혜미를 데리고 슬슬 놀이터로 가는 길에 잠자리를 보았다. 나는 잡아서 혜미를 줬는데 혜미는 무섭다고 잠자리를 놓쳐버렸다.


오늘 놀러 온 혜주 친구는 수요일에 같이 놀이터에 갔던 친구 같다.

나는 또다시 그동안 배운 맏이다운 행동을 한다. 둘째와 둘째 친구가 공부하는 곳에 막내가 들어가려 하자 둘이 공부하라고 막내를 데리고 놀이터를 갔다. 아~~~~ 다시는 같이 놀이터에 안 가겠다고 했던 열 살 아닌가.


막내 손을 잡고 놀이터에 슬슬 갔다.

그게 중요한 것 같다.


빨리 가면 더 많이 놀아줘야 하니 슬슬 간 건지.

아니면 가을 정취를 느끼려고 슬슬 간 건지는 알 수없다.


하지만 오늘 일기는 유독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열 살이 세 살 손을 잡고

놀이터로 가는 길에 잠자리를 보았고

그것을 잡아서 막내에게 줬는데

막내가 무섭다고 해서 잠자리를 놓쳐버린 사건은...

뭐랄까...

기록해 놓지 않았다면 기억도 나지 않을

너무 아름다운 수채화 한 폭을 감상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나간 순수의 시간을 다시 갈 수 없기에 그리움과 아쉬움의 감정이 너무 가슴 시리고 두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름다워서 코끝이 시큰해진다.


그때의 두 어린아이에게 다가가 두 팔로 안아주고 싶다.





10월 16일 토요일 (맑음)


체육시간에 청백으로 나누어 줄넘기를 했다. 그런데 7반과 같이 한댔다. 나는 괜히 기분이 이상하고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남자들만 했다. 우리는 열심히 응원했다. 7 반두였다. 모두 다 잘하였다. 우리 5반이 바로 승리한 거다. 7반은 기분이 나쁜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기분이 이상하고 마음이 두근거렸다.....


7반에 좋아하는 남학생이라도 있었나?

아니면 매일 보던 익숙한 우리 반 남자아이들이 아닌

7반과 같이 하면서 보게 될 낯선 남자아이들을 본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설렘이 있었던 걸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열 살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설렘도 두근거림도 사라지는 것 같다. 아니 정확히는 무뎌 가는 것 같다.

가슴이 뛰는 일을 해야 하는데 시간은 흘러만 가고 나는 무엇을 주저하고 있는 걸까.

내 가슴을 언제 뛰게 만들려는 걸까?


나는 과연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